202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상위권 숨 고르기, 중하위·지방 상승
의대 정원 축소·전형 변화 맞물려 지원 전략 재편 … 합격선 변동성 커져
202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대학별 경쟁률이 단순한 증감을 넘어 수험생 지원 전략 변화에 따른 ‘이동 현상’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서울 주요 대학의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반면, 수도권 중하위권과 지방 소재 대학의 경쟁률은 상승했다. 반대로 의과대학은 정원 축소 여파로 경쟁률이 하락하며 지원 지형에 변화가 나타났다.
2일 각 대학과 입시업계에 따르면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11개 대학의 2026학년도 정시모집에는 총 9만764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은 5.31대 1로 지난해(5.33대 1)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전체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1214명 증가해 수험생 규모 확대와 경쟁률 정체가 동시에 나타났다.
대학별로는 서강대가 8.39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중앙대(7.06대 1), 한양대(6.64대 1), 한국외대(6.17대 1) 순이었다. 연세대·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이화여대·한국외대는 지원자 수와 경쟁률이 모두 상승했다.
특히 서강대는 지원자가 1000명 이상 늘며 증가 폭이 가장 컸고 한양대와 연세대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서울시립대 역시 5.15대 1로 전년도(4.86대 1)보다 경쟁률이 높아졌다.
반면 서울대·고려대·중앙대·경희대는 지원자 수와 경쟁률이 함께 하락했다. 중앙대의 감소 폭(1291명)이 가장 컸고 고려대 역시 지원자가 900명 이상 줄었다. 서울대는 감소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경쟁률은 3.67대 1로 소폭 낮아졌다. 입시업계는 최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 상향 지원을 자제하고 합격 가능성이 높은 대학을 선택하는 안정 지원 현상이 나타난 결과로 보고 있다.
같은 상위권 대학군 안에서도 결과가 엇갈리기도 했다. 연세대는 지원자가 늘며 경쟁률이 상승한 반면 고려대는 하락했다. 모집단위 구성과 전형 구조, 모집군 배치 등이 지원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른바 ‘SKY’ 3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4대 1 안팎으로 큰 변동은 없었지만 학과별 경쟁률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위권 대학의 안정세와 달리 수도권 중하위권 대학의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정시에서 안정 지원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상위권 수험생들이 적정·안정 지원으로 이동했고 그 영향이 연쇄적으로 아래 대학군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방 대학 진학을 꺼리는 일부 수험생들의 선택이 수도권 중하위권 대학으로 몰리며 경쟁률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지방 소재 대학의 경쟁률 상승도 눈에 띈다. 지방거점 국립대를 포함한 다수 대학이 전년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대학 대신 출신 지역 대학을 선택하는 수험생이 늘어난 데다,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와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립부경대는 7.19대 1(전년도 5.61대 1), 경북대는 6.71대 1(전년도 5.51대 1)로 경쟁률이 상승했다.
반면 의과대학은 전반적으로 경쟁률이 하락했다. 의대 정원 축소로 합격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한 수험생들이 지원을 주저했고 N수생 감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 진학을 염두에 뒀던 일부 수험생은 자연계 상위 학과나 취업 연계가 뚜렷한 학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정시는 특정 대학이나 학과의 문제가 아니라 지원 전략 변화가 연쇄적으로 작용한 것이 특징”이라며 “평균 경쟁률보다 지원 이동의 방향과 구조를 함께 읽어야 정시 결과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시 합격선 역시 기존 예상과 상당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도체 계약학과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며 대안 선택지로 부상했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11.80대 1), 중앙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9.40대 1),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9.00대 1), 고려대 반도체공학과(7.47대 1) 등은 주요 대학 평균 경쟁률을 웃돌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 차이는 기업 선호도보다 모집군 배치와 중복 지원 가능성 등 제도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