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시장 선거 ‘정책대결’ 될까
기성 정치인 보다 행정가 부각 흐름
“과거 지향적 정쟁·네거티브 극복해야”
오는 6월 예정된 서울시장 선거전에 행정가들이 뛰어들면서 정쟁 대신 정책대결로 치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차기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오세훈 시장 지지세가 뚜렷하다. 조사에 따라 세부 지표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야 지지층별로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두 후보가 공히 월등한 차이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현역 구청장과 서울시장이라는 체급 차이는 존재하지만 두 후보 모두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성 정치인이나 서울시 행정에 문외한인 명망가 대신 행정가 출신들이 여야 유력 주자로 부상하면서 서울시장 선거가 정책대결로 치러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직 경쟁 구도를 단정하긴 이르지만 지자체장 출신 후보끼리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대결하는 건 처음 있는 상황”이라며 “진흙탕 네거티브 대신 정책대결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두 후보 성향도 정책대결 기대감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한차례 국회의원 경험이 있긴 하지만 정치 경력 대부분을 서울시에서 쌓았다. 주요 이슈에는 정치적 입장을 내기도 하지만 주된 발언과 행동은 서울시정에 집중돼 있다.
정 구청장 언행도 정쟁이 일상화된 정치권 문법과 거리가 있다. 민주당이 연일 맹공을 퍼붓는 한강버스, 종묘 고층 논란에 대해서도 무조건 비판이 아닌 대안 발굴, 개발과 보존 병행 등 해법 모색과 갈등 완화 쪽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생태탕·명태탕 되풀이 말아야 =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최악의 네거티브는 2021년 박원순 전 시장 사망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벌어졌다. 보궐선거가 차기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면서 진영의 명운을 건 총공세가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의 내곡동 땅 개발특혜 의혹, 이른바 ‘생태탕 논란’이 선거 전면에 부상했다.
오세훈 후보가 자신의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 측량 당시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인근에 있던 생태탕집 주인이 오 후보를 봤다고 증언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이후 선거전에서 정책 논의는 완전히 실종됐고 남은 건 오 후보가 생태탕집에 갔냐 안 갔냐, 오 후보의 바지는 흰색이었냐 아니었냐, 오 후보가 신은 신발이 페라가모냐 아니냐 뿐이었다.
오세훈 강금실 후보가 맞붙었던 2006년 선거에선 강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차별 발언이 쏟아졌다. 정책과 공약 보다 후보의 말실수, 패션, 태도 등을 문제삼은 성차별적 비아냥이 선거판에 횡행했다.
상대당에서는 강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 보다 “강금실은 법무부장관할 때 주렁주렁 귀걸이하고 멋부린 거랑 선거 운동하면서도 보랏빛 스카프 휘날린 거 말고 한 게 뭐냐”는 식의 악선전을 유포했고 아름다운 선거를 약속했던 두 후보 선언은 물거품이 됐다.
박원순-정몽준 후보가 겨뤘던 2014년 선거는 상대적으로 정책 대결 양상을 띠었다. 구도는 선명했다. 두 후보가 상징하는 개발과 보존으로 선거판이 확 나뉘었다.
각종 개발 공약을 중심으로 “불 꺼진 서울을 다시 환하게 만들겠다”는 정몽준에 맞서 박원순은 “이제 그만 불 끄고 잠 좀 자자”며 산업화의 뒤안길, 숨가쁜 경쟁에 내몰린 시민들에게 보존과 도시재생을 제시했다. 당시는 2008년 금융위기 후과로 건설 및 부동산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았으며 그 여파로 부동산 불패 신화가 꺼지던 시점이었다. 결국 유권자들은 박 후보 슬로건을 선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장이 되면 자연스럽게 대선주자로 분류되지만 사실 역대 서울시장 후보는 여야 모두 기성 정치권과 거리가 있던 인물을 선택했다”면서 “정쟁이 아닌 정책대결을 원하는 유권자들 요구가 투영된 결과이며 현재 부상하는 주자들 모습도 그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