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국 대미투자로 양국이 얻는 이익
우리 기업의 대규모 대미투자에 대해 우려가 있다. 이 투자가 한국에서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생산이나 고용은 증가할 텐데 대미투자로 그 효과가 미국에 이전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미투자가 불가피한 우리로서는 한국과 미국이 얻는 이익을 잘 살펴보고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에서 등장하는 투자의 주체와 객체는 네 개의 행위자라고 할 수 있다. 투자의 주체는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과 이들의 본사가 있는 투자국인 한국이다. 객체는 투자수용국인 미국과 한국 기업의 현지 합작 파트너이다. 이들 행위자가 얻는 주요 효과는 다음과 같다.
투자기업은 미국 시장 확대, 국내에선 산업 생태계 유지
한국 기업은 미국에 투자하면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미국 고객사에 가까이 있으면 영업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 초기부터 고객사와 수시로 협의할 수 있어 주문에서 납품까지의 리드타임도 단축된다. 특히 우리 투자 분야는 조선 반도체 배터리 등과 같이 미국이 원하거나 미래산업의 핵심 중간재인 경우가 많아 미국에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첨단산업일수록 최종재 기업과 협력사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파트너 관계가 되는데, 한국 기업은 미국의 우수한 기업과 거래하면서 연구개발(R&D) 역량이 높아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보다 임금 수준이 높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은 부단한 비용절감 노력으로 생산성은 향상될 것이다.
투자수용국인 미국이 한국 기업의 투자로부터 얻는 최대 혜택은 투자 지역에 첨단산업의 클러스터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투자 지역은 한국 투자기업이 들어서면서 전후방 연관 기업들이 모이면서 생산과 물류의 거점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 한국의 제조업을 유치해 자국이 개발한 원천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이 신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제조업에서 상용화하지 못하면 그 기술은 사장될 것이다. 투자지역의 고용증가 효과는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 기업도 한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들은 한국 기업과 합작하여 자사에 없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투자국인 한국이 얻는 효과는 논란이다. 투자수용국 미국이 얻는 긍정효과가 투자국 한국에게는 부정효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를 반기는 국가는 적으며, 첨단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미투자에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
가장 큰 이익은 국내 산업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글로벌 기업은 국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글로벌 수준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생존이 좌우된다. 우리 기업은 세계 최대의 미국 시장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해당 산업 생태계에도 즉각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우리의 대미투자는 한미 R&D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대미투자가 이루어지는 만큼 한국 역시 미국에게 미국의 우수한 R&D 성과물의 공유를 요구할 수 있다. 미국정부 자금이 투입돼 개발된 기술은 정책적 결정에 따라 한국과 공유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의 역량이 강화되면 이는 우리 기업의 질적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
한국 산업 공동화 초래한다는 주장은 과장
한편 대규모 대미투자가 한국의 산업 공동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 어느 기업이나 자사의 핵심 역량인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공장을 해외에 건설하는 데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기술유출 우려 때문이다. 또한 국내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모든 기반을 해외로 이전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대미투자 없이 미국에 수출하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대미투자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