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윤희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
“항행자유 시스템 무너지고 있다”
미·중 해양지배력 역전, 해상공급망 지켜야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마두로 체포(3일 현지시간)로 대만해협으로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흑해(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홍해(후티반군)에 이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홍해 - 말라카해협 - 남중국해 - 대만해협’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핵심 해상공급망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흑해와 홍해는 선박이 안전하게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항행의 자유’가 무너진 후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곡물 에너지 등 핵심 전략물자를 해외에 의존하고 해상을 통해 운송하고 있다.
최윤희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을 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해군참모총장,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역임한 최 회장은 ‘초크포인트’라 불리는 핵심 해상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해상공급망을 지킬 힘이 있나.
우리가 무역국가로서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됐지만 독자적인 능력으로 한 것은 아니다. 미국이 일군 해양질서에 편승해 항행의 자유를 누리며 큰 어려움 없이 우리가 원하는 통상로에서 안전을 보장받았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홍해사태로 선박이 희망봉을 우회하고 있다. 대만해협에서 군사충돌이 일어나면 해상공급망은 어떻게 되나.
대만해협에서 군사충돌이 일어나면 미국의 역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한반도에서 남북충돌도 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연루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남중국해에서 대만까지 해상교통로를 누가 지킬 수 있을까. 대만사태가 벌어지면 중국은 연안, 미국은 본토에서 1만㎞가 넘는 작전구역을 담당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해상로를 지키기 어렵다. 우리가 전적으로 담당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연합방위체제에서 한반도에 전쟁상황이 벌어지면 우리가 필요한 전쟁물자나 증원 등은 미국이 수송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가 동원하는 선박들의 임무는 미국이 후방기지든 미국 본토든 밖에서 수송하는 증원전략이나 물자를 부산 광양 등에 하역했을때 연안수송을 담당한다. 그러나 밖에서 물자와 인력이 안 들어오면 소용없다.
우리 해운과 상선들이 미국이 전담한 전시물자, 전략물자 수송을 담당할 수 있게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금은 선박 지정도 제대로 안 돼 있다. 해운과 조선은 국가안보와 연관된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
●중국이 바다로 치고 나오는 이유는
15세기 명나라 정화함대가 활동하며 아프리카까지 조공무역을 하던 중국이 이후 해금정책을 펴면서 바다로부터 오는 외세에 대응을 못했고, 아편전쟁 청일전쟁 등에서 패하면서 이른바 100년의 수모를 겪었다. 중국은 바다를 장악하지 못하면 패권국가가 될 수 없다는 뼈저린 경험을 갖고 있고, 등소평 이후 해양굴기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2차대전에서 미드웨이 해전 이후 일본을 꺾고 해양통제권을 바탕으로 세계 패권국가로 등극했지만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한 이후 해양패권의 근간이 되는 조선 해운산업에 대한 국가지원을 대부분 끊었다. 중국이 치고 나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 결과 2020년대초 미국과 중국의 조선 해운능력이 역전됐고, 그 격차가 확대됐다.
미국이 함정 성능으로 숫자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숫자에서 밀리면 쉽지 않다. 중국이 인공지능 반도체가 발달해 성능도 떨어지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 각지에 항만을 건설·운영하는 것에도 긴장하고 있다. 일상에서는 항만이지만 유사시 해군기지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위기를 인식하고 바이든시절부터 새로운 해운전략으로 극복해 보려 하지만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해상공급망을 지키기 위한 ‘대양해군’도 추진했는데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한정된 국방비 규모에서 대양해군 체제를 갖추는 예산 편성에 어려움이 있다. 아덴만 해적에 대응하기 위해 청해부대를 구성할 때도 무모하다고 해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경항공모함 추진때도 그랬고, 지금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그렇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도 늦어지고 있다.
재래식 잠수함에서 우리보다 30년 앞섰던 북한은 핵잠도 먼저 추진하고 있다. 핵잠을 가지면 작전반경은 한반도를 벗어나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할 수 있다. 우리 해상교통로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도발하면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우리도 빨리 핵잠을 갖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미국도 빨리 이를 승인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과 패권다툼을 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기회를 빨리 주는 게 미국에게도 유리하다.
홍해 말라카해협 남중국해에 이어 대만해협까지 한국의 해상공급망은 길고 모두 세계 해상무역로에서 핵심 길목(초크포인트)들이다. 우리가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