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의혹에 선긋는 민주 …‘개인일탈’ 방어 한계
전수조사·특검 거부 속 쇄신 메시지 공허
여권 2년차 징크스 경고음 무시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전직 원내대표 사퇴와 현역의원 제명으로 이어진 공천헌금 의혹을 ‘개별 인사들의 일탈’로 규정하며 특검 요구에 선을 그었다. 당 차원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적 판단으로 풀이되지만, 쇄신보다 선긋기에 급급하다는 비판과 함께 여권의 2년 차 징크스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4일 강선우 의원과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연루된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개별 인사들의 일탈”로 규정하고 공천 과정에 대한 전수 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 의원과 김 전 원내대표의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시스템 문제라기보다는 개별 인사들의 일탈로 본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 공천자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 전 원내대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동작구의원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 의원은 관련 의혹으로 지난 1일 탈당 및 제명 조치됐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 의원에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는 김 경 시의원이 선거 때 단수 공천된 과정과 관련해서는 “김 시의원은 부동산 투기로 정밀 심사 대상이었고, 3명의 후보가 모두 컷오프된 상태였다”고 조 사무총장은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결정을 못 하고 시간에 내몰려 지역위원장(강선우 의원)의 의견을 듣고 단수공천 하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부연했다. 조 사무총장은 “김 시의원의 경쟁자 두 분이 컷오프될 만한 도덕적 흠결은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당시에는 지역위원장의 의견이 가장 크게 존중받는 공천 시스템이었다고 보였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에 대해선 윤리심판원이 관련 의혹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 고발된 사안 등을 고려해 "경찰 조사와는 관계 없이 윤리심판원이 최대한 신속하게 독자적인 판단을 통해 징계 여부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무총장은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권이 주장하는 ‘김병기·강선우 공천 의혹 특검’ 필요성에 대해서는 ”특검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전수조사 등 추가 논란을 막는 수준에서 공천시스템을 정비해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조 사무총장은 ”시스템상 문제가 없더라도 한계나 허점으로 이런 의혹들이 벌어졌다고 판단된다“며 ”낙하산 공천 근절 원칙을 표방하고, 억울한 컷오프를 없애기 위해 최소한의 경선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은 정청래 대표의 관련 언급과도 맞닿아 있다. 정 대표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환부를 도려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경찰 수사가 예상되는 만큼 당에서 할 수 있는 협조를 다 할 것“이라면서 ”새로 개정된 공천 관련 당헌·당규를 철저하게 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에서 취할 상응한 징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지만 과거 사건에 대한 조사와 구체적 검증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 후 여당이 부정적 이슈에 개인적 차원의 일탈로 처리한 전례를 밟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내란 종합특검·통일교 특검 등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과 대비된다.
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재판 선고 등 굵직한 현안이 이어지기 때문에 관련 이슈가 묻힐 수 있다는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여권의 공천과 관련한 비리 의혹이 터진 사안인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면서도 ”(여당 입장에선) 여론이 윤 전 대통령 체포방해 사건 선거와 내란재판 결심공판 등에 몰릴 것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역대 민주당정부가 대선 이후 개혁작업 등을 추진하면서 맞은 2년차에 위기상황에 직면했던 경험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이 정한 개혁 의제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미진한 사이 여권 내부의 혼선과 비리의혹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전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정부는 측근 비리 논란 속에 2004년 3월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률이 11%까지 하락했다. 문재인정부도 집권 2년 차에 최저임금 논란이 겹치며 지지율이 40%대로 내려갔다(2018년 9월 1주차,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정부는 행정권력뿐 아니라 입법권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와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여권이 위기 상황에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창렬 교수는 ”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여당에 대한 견제권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여당이 2차 특검이나 통일교 특검과 관련한 구체적 움직임을 보일 때 이번 사건에 대한 특검 주장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른바 선택적 특검에 따른 내로남불 프레임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범여권으로 함께 해 온 조국혁신당 등이 비판적 견제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목숨 걸고 쟁취한 지방자치가 더럽혀졌다“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고 개혁 엔진이 훼손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