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마저 ‘교섭단체’ 도입…소수정당 차단 논란

2026-01-05 13:00:04 게재

기호제, 거대정당 유리…‘초두·기호·전광’ 3중 효과

거대양당, 5년간 보조금 각각 2000억원 안팎 수령

의석수를 기준으로 거대양당이 기호 1번과 2번을 독점하는 현행 방식 역시 정책·인물 중심의 투표를 어렵게 만들어 거대양당 구조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개혁진보 4당 원내대표 긴급 기자회견 개혁진보 4당 원내대표들이 지난달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대 양당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독점 구성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국혁신당 서왕진, 진보당 윤종오, 기본소득당 용혜인, 사회민주당 한창민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는 번호와 게재 순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유권자의 상당수도 번호만을 보고 찍는 경우가 많아 기호 앞쪽에 있는 큰 정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거대정당 소속 후보는 앞쪽 번호를 받는 데 따른 ‘초두 효과’, 모든 정당의 순서를 통일한 데서 발생하는 ‘기호 효과’, 후보자 이름 앞에 붙는 정당명에 따른 ‘전광 효과’까지 3가지 혜택을 동시에 누린다는 지적이다.

국회와 지방의회 운영 과정에서는 ‘교섭단체’라는 높은 문턱이 소수정당의 의정활동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국회 입법정보센터에 따르면 국회는 300명 중 20명인 6.7%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 지방의회는 더욱 높다. 광역의회 중 가장 낮은 곳은 경기도로 141명 중 8.5%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가장 높은 곳은 22명 중 22.7%를 얻어야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는 울산광역시다.

2023년 법 개정으로 의원 수가 한 자릿수인 기초의회에서도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지면서 ‘그들만의 의회 운영’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섭단체의 경우 상임위원장, 상임위 간사를 맡게 되고 예산심사에서도 ‘밀실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의회 의사일정이나 상임위 운영방안을 결정할 때 역시 ‘교섭단체 대표간 협의’를 전제로 한다. 비교섭단체의 경우 ‘깜깜이’ 정보 속에서 거대양당이 정한 일정에 따라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섭단체는 국고보조금, 선거보조금 등 ‘물질적 토대’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한 선거공영제가 거대양당제를 굳히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선거를 치를수록 거대양당이 ‘부자’가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정당에 지급한 경상보조금은 523억원이다. 이 중 45.0%인 235억원은 민주당에, 41.5%인 216억원은 국민의힘에게 지급됐다. 조국혁신당(44억원, 8.6%), 개혁신당(14억원, 2.7%), 진보당(12억원, 2.4%) 등 소수정당 몫은 13.5%에 그쳤다.

정치자금법은 전체 보조금 총액의 절반을 교섭단체에 속한 정당이 동일하게 나눠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 총액 5%씩, 5석 미만의 정당은 총액의 2%씩 배분받는다. 의석수와 총선득표수 비율로 배분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최근 5년간 민주당이 받은 경상보조금은 1107억원이었고 국민의힘은 1004억원을 챙겼다.

선거가 있는 해에도 거대양당은 대규모 보조금을 추가로 받는다. 2022년 지방선거보조금 489억원 중 민주당은 48.5%인 237억원, 국민의힘은 42.9%인 210억원을 얻었다. 대선보조금도 각각 224억원(50.6%), 242억원(46.3%) 수령했다.

2024년 총선때 선거보조금(여성추천보조금, 장애인추천보조금 포함)은 508억원이었고 이중 민주당은 37.8%인 192억원, 국민의힘은 35.4%인 180억원,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는 각각 5.5%씩인 28억원을 확보했다.

2025년 대선 선거보조금은 523억원이었고 민주당엔 50.65%인 263억원, 국민의힘이 46.3%인 242억원, 개혁신당이 2.9%인 15억원이 분배됐다.

정당은 국고보조금으로 거대양당 후보들은 15%이상의 득표를 얻어 선거비용을 대부분 100% 돌려받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016년과 2021년에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통해 “교섭단체 구성 여부를 불문하고 5석 이상의 정당과 득표수 비율이 일정요건에 해당하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배분·지급제도는 현행 기준을 따르되, 그 잔여분은 국회의원선거의 득표수 비율에 따라 배분·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고는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유리하게 배분하고 있는 현행의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을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의사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배분·지급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이 교섭단체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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