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김주애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2026-01-06 13:00:04 게재

최근 북한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 후계자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을 동행하는 모습이나 삼지연관광지구 이깔호텔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이 전해지면서다. 게다가 신년을 맞아 그동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참여하지 않던 리설주와 함께 김주애가 참배를 했고, 신년 경축 공연장 등에도 등장했다. 이렇듯 김정은의 주요 일정에 지속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김주애가 차기 후계자라는 추측들이 나온다. 과연 김주애가 후계자일까.

김주애는 2022년 11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공개석상에 처음 얼굴을 내보인 후 주요 자리에 등장하면서 김주애의 후계자설이 떠올랐다. 그동안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자녀는 후계자 외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가 거의 없다. 그런데 김주애가 김정은의 자녀로서 유일하게 여러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나면서 후계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특히 미사일 발사 현장, 현지지도 동행, 주요 행사 참여 등 북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여러 행사와 현장에 참여함에 따라 후계자로서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고 추측하게 했다. 하지만 최고지도자의 자녀가 공식석상에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녀가 곧 후계자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후계자라기보다 ‘정상 가족’ 재현하는 장치

그동안 북한의 후계자는 세습을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닦은 상태에서 공개됐다. 권력집단의 혼돈을 줄이고 현 최고지도자와 후계자의 권위를 보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태에서 등장했고, 충분하고도 다양한 후계자 교육과 경험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김주애는 아직 10대 초반으로 이러한 교육과 경험을 받았다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이고 권위를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또한 김주애가 등장하는 방식이 기존 후계자들과는 다르다. 김주애의 모습을 보면 열병식이나 공개활동에서 김정은의 볼에 뽀뽀를 하거나 팔장을 끼는 등 스킨십하는 모습이 연출되었고, 이번 신년 경축공연에서도 그러했다.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는 리설주와 함께 동반하면서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에 위치했다. 이러한 모습은 다정한 부녀관계, ‘정상적인 가족’을 재현하고 있다. 후계자로서 정치적 위상을 가진 존재라기보다는 ‘딸’이라는 이미지가 더 부각되는 모습인 것이다.

이는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일과 김정은이 함께 등장했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중요한 현장에서 김일성 또는 김정일과 무언가를 의논하는 모습을 주로 보였고, 동선도 당시 현 지도자의 뒤를 따르며 명확히 후계자라는 것을 가시화했다. 그에 비해 김주애는 정치적 결정을 의논할 수 있는 상대, 뒤를 잇는 후계라기보다 ‘다정한 딸’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주애는 후계자로서보다 이상적이고 정상적인 가족을 재현하는 장치라는 점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지난 12월 31일 김여정도 자녀로 추정되는 아이들과 새해맞이 공연장을 찾은 바 있는데, 이처럼 김정은 김여정의 자녀를 포함한 가족이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것은 ‘정상가족’ 이미지를 통해 체제의 안정성과 안전함을 이미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사회주의대가정론에 따르면 국가는 곧 가정이고 가정은 곧 국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김정은은 가정적이고 다정한 아버지이고 김주애는 아버지를 사랑하는 딸이다. 이는 곧 김정은은 북한 주민을 지키고 아끼는 최고지도자이며, 김주애로 상징되는 북한 주민은 최고지도자를 사랑하는 자녀가 된다. 이처럼 김정은-김주애 부녀 관계를 통해 최고지도자와 주민의 관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안전이 곧 국가와 체제의 안전이라는 점을 부각하고자 한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서도 체제의 가장 기초 단위로 인식되는 가족이 저출생 심화, 이혼 증가라는 상황에 직면하며 정치적 기능이 약화되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연출이기도 하다. 이런 점들로 아직은 김주애를 후계자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에서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된다면

일각의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추측이 현실이 된다면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매우 획기적인 일일 것이다. 북한과 같은 가부장적 혈통중심의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더욱이 핵이라는 군사적 수단을 통해 체제유지의 전략을 구사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그동안 비정치적이고 비군사적인 존재이자 권력에서는 소외되었던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된다면 말이다.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