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파산 직전 해운시황과 비슷해져
올해 포함 내년까지 컨테이너시장 공급과잉 구조 … 홍해~수에즈 정상화 변수
내년까지 세계 컨테이너정기선 시황이 한진해운이 파산하던 2016년 전후와 비슷한 규모의 공급과잉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세계 정기선해운 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의 2025년 12월 월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 신조 인도량은 240만TEU, 중고컨테이너선 해체량은 70만TEU로 170만TEU가 순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순증 220만TEU(추정)와 내년 순증 예상치 90만TEU를 더하면 3년간 누적 순증 규모는 480만TEU에 이른다.
반면 수요(물동량)는 올해 2.5% 증가해 80만TEU로 지난해 70만TEU와 내년 90만TEU를 합치면 240만TEU 규모다. 올해 공급과잉 110만TEU 등 2025~2027년 3개년간 누적 공급과잉은 240만TEU 규모로 추정된다.
선사들이 중고선 해체를 미루고, 수요 회복은 더딘 상태에서 후티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수에즈운하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고 있던 선박들이 홍해위기 해소로 수에즈운하로 복귀하면 공급 과잉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200만TEU 이상 선복량이 과잉 상태에 있었던 때는 한진해운이 파산(2016년 8월 법정관리, 2017년 2월 파산 선고)하던 2015~2016년 시기다. 당시 공급과잉 선복량은 200만~250만TEU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0년대 컨테이너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주도했던 머스크(덴마크. 선복량 기준 세계 2위)는 지난해 MSC(덴마크·세계 1위)와 해운동맹 ‘2M’을 해체한 후 독일 하팍로이드(세계 5위)와 새로운 동맹 ‘제미나이’를 구성한 후 선대 규모 확대보다 선박운항 정시성 확대 등 서비스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선복량 확대를 주도한 MSC는 지난해 12월 기준 선복량이 700만TEU를 넘어서며 2위 머스크(460만TEU)를 240만TEU 이상 따돌렸다.(알파라이너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도 MSC 단독으로 21.1% 수준이다.
MSC는 현재 신조 발주량도 210만TEU로 머스크 83만TEU를 압도하고 있다.
세계 3위인 프랑스의 CMA CGM(408만TEU)도 신조 발주량을 190만TEU로 확대하면서 선대를 확장하고 있다.
신조 발주량을 고려하면 2위와 3위는 곧 뒤바뀐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발행한 ‘대한민국 해상공급망 종합진단 보고서’에서 글로벌 정기선 시장의 특징으로 ‘상위선사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복량 기준 상위 10개 선사의 점유율은 83.7%에 이른다. 상위 10개 선사도 1~4위, 5~7위, 8~10위로 분화되고 있다.
중국 코스코(COSCO)까지 세계 1~4위 선사들의 선복량 기준 점유율은 56.9%로 5~7위 그룹인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ONE, 대만 에버그린의 19.2%를 압도한다. 한국 HMM, 대만 양밍, 이스라엘 ZIM까지 8~10위권 선사들의 점유율은 7.6%에 그쳤다.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은 선복량 100만TEU를 넘기며(현재 101만TEU, 신조 발주 19만TEU ) 뒤를 추격하던 양밍(71만TEU, 23만TEU)을 따돌렸지만 독자적으로 행동하기 어려운 규모로 해운동맹 체계를 잘 운용하는 것이 큰 과제다.
이와 관련 머스크 출신으로 글로벌 정기선해운 분석가인 라스 얀센은 지난해 9월 부산에서 열린 부산국제항만콘퍼런스에서 “HMM이 선복량 경쟁을 한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진단하고 “한국의 10여개 중소형 선사들과 통합해서 ‘한국 해운동맹’을 만드는 게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현재 HMM이 ONE 양밍과 함께 운영하는 프리미어얼라이언스에서 일본의 ONE는 5위 하팍로이드 규모로 선대를 확장하면서 10대 선사들 중 하위 그룹보다 상위 그룹으로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해진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 대만에 비해 컨테이너선대 운용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에버그린, 양밍, 완화이(56만TEU. 세계 11위) 3대 선사가 균형을 이룬채 성장하고 있다.
일본은 NYK, MOL, K-Line을 통합한 ONE를 2018년 출범한 후 선대를 확장해 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HMM은 원양서비스에 집중하고 고려해운 장금상선 남성해운 등은 역내(인트라아시아)시장과 피더시장에 집중하는 식의 분산구조로 전략적 한계에 직면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