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공사 중 장애인 ‘고립’은 “차별”
인권위, 노후 교체 공사 기간 방치 판단
관리주체·지자체에 실질 지원 대책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동주택 승강기 교체 공사 기간 동안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등 이동약자의 이동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승강기 공사 과정에서 이동약자를 사실상 방치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인권위는 지난달 3일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관리사무소 소장에게 노후 승강기 교체 공사로 이동에 불편을 겪는 입주자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권고는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지체장애 1급 입주자 B씨가 승강기 교체 공사 기간 동안 대체 이동 수단이나 생활 지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측은 공사 일정과 내용을 안내문과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지했고, 다른 장애인과 고령자들은 이를 양해했다고 설명했다. 진정인에 대해서도 지원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다만 인권위 현장 조사 이후에는 계단에 3층 간격으로 휴식용 의자를 비치하는 등 일부 개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공동주택에서 약 2주간 진행되는 승강기 공사로 인해 계단 이용이 어려운 장애인과 고령자, 보행에 불편이 있는 환자들이 겪는 불편과 피해의 정도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 진정인은 의료시설과 관공서 접근이 제한됐고, 요양보호사의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에도 제약이 발생하는 등 일상생활 전반에 중대한 불이익을 입었다고 봤다.
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이 장애인의 이동권과 일상생활 접근권을 침해한 것으로, 장차법이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단순 안내나 사후 조치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공사 자체가 이동약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승강기 공사 일정 수립 단계부터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전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역사회와 연계해 자원봉사자 조직을 구성하고, 식료품 전달, 수시 건강 상태 확인, 응급 상황 대응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생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는 그동안의 결정례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노후 승강기 교체 공사 기간 중 장애인과 노인·임산부 등 이동약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시설주 지원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