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투표율 등 당원주권 난제

2026-01-06 13:00:02 게재

당원, 후보 선출 넘어

정책, 의장 지명까지

전방위 영향력 확대

‘절대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당원주권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6일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참여한 권리당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후 1인 1표제 도입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전날 최고위원 보궐선거 2차 토론회에 나온 5명의 후보 모두 ‘1인 1표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내놓았다. 1인 1표제 도입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을 때 대의원 1표를 권리당원 20표와 같게 계산하는 현재의 가중치를 1대 1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대표 때 당대표 선거에서 45%였던 대의원 비중을 30%, 15%로 연이어 낮췄다. 이는 계파가 없었던 정청래 대표가 당선되는 토대가 됐다. 1인 1표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대의원 표심 반영을 없애 권리당원 비중을 현재의 55%에서 크게 늘리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선출직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6.4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 때 기초·광역 비례대표의 경우 권리당원의 100% 투표로 순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기초·광역 단체장과 지역구 의원의 경우 1차 경선은 권리당원 100%, 2차 경선은 권리당원과 일반 여론조사 결과가 절반씩 반영된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컷오프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민주당은 또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도 권리당원 투표비율을 각각 20%씩 배정했다.

‘당원주권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다만 제도적 정비와 함께 권리당원의 영향권을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 1표제와 관련해서는 지역구에서의 대의원 역할에 맞는 권한을 줘야 한다는 의견과 정치 고관여층인 대의원들의 숙고가 반영되는 대의민주주의의 특징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되면서 극단화로 흐를 가능성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50% 안팎에 그쳤다. 민주당의 경우 2022년 8월 당대표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율은 37.0%였고 2024년 8월과 지난 해 8월에는 각각 42.1%, 56.9%였다. 국민의힘은 2023년 3월 55.1%에서 2024년 7월 48.5%, 지난 해 8월 46.5%를 기록했다.

당의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전 당원 투표’의 경우에는 투표율이 더욱 떨어졌다. 2020년 3월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묻는 전 당원 투표에는 당원 30.6%가 참여했다. ‘2021년 4월 보궐선거에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묻는 당헌 개정 전 당원 투표에는 26.3%가 권한을 행사했다. 전체 당원 중 찬성 비율은 20% 안팎에 그쳤다.

지도부가 기존의 약속을 뒤집거나 비난받을 만한 결정을 할 때 ‘전 당원 투표’를 만능 열쇠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이 2024년에 총선 병립제 전환이나 금융투자소득세 유보를 전 당원 투표에 부치려다 강한 저항에 부딪힌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온 결과였다.

특히 당원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면서도 투표율과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은 불투명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은 지난해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해 당원 투표를 실시했지만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 역시 지난 대선 직전에 대선 후보 교체를 위한 전당원 전화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낮은 투표율과 비공개는 강성 지지층이 과다 대표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당원이 직접 당무나 후보 선출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숙의 과정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소한 30% 수준인 전당원 투표 성립 기준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며 토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의한 당원 투표가 4대 투표 원칙 중 직접선거와 비밀선거를 훼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정당과 협상해야 하는 원내대표와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한 정당의 당원들이 개입한다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해괴망측한 소리”라고도 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들어가 있는 우상호 전 의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2024년에 민주당이 당원 투표를 최고 의결 방법으로 당헌에 못 박는 방안이 부결되고 지난해에 공론화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1인 1표제 도입이 중앙위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위험 신호’가 커지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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