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정권, ‘재정 확대·금융 긴축’ 엇박자 정책 시험대

2026-01-06 13:00:01 게재

아베노믹스와 달리 고금리 용인하면서 투자 확대 과제

물가·임금 선순환 실패하면 소비침체 장기화 가능성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확장재정을 통한 적극적 투자정책이 새해 본격적인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사실상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했던 아베 정권 때와는 달리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투자와 소비를 촉진해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

◆17개 전략분야, 정부가 투자 주도 = 다카이치 총리는 5일 신년 연두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국정운영에 대한 방향을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올해 성장의 기본축으로 ‘위기관리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 투자해야 할 분야에는 대담한 투자를 실행하는 ‘책임있는 적극재정’을 추진할것”이라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우주 등 전략적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희망을 갖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5일 신년 연두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말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3%로 전망했다. 2024년(0.5%)과 지난해 잠정치(1.1%)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명목GDP 전망치(691.9조엔)도 700조엔에 육박해 경제규모도 비교적 건실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앞서 다카이치 내각은 지난해 11월 18조엔(약 165조원)에 이르는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12월에는 122조엔(약 1140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내년도(2026년4월~2027년3월 회계연도) 본예산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올해 이후 17개 전략분야에 대한 집중적 투자를 예고했다.

이른바 ‘위기관리투자, 성장투자의 추진’이라는 과제를 내걸고 반도체와 AI, 우주항공, 양자컴퓨터 등의 첨단산업 분야에 적극 투자할 예정이다. 예컨대 일본 정부와 20여개 민간기업이 참여해 만든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올해와 내년에 걸쳐 1조엔(약 9조3000억원) 이상의 정부 예산을 투자한다. 누적으로는 2조9000억엔 규모에 이른다.

도요타와 소니 등 민간기업의 출자와 은행권 대출도 포함해 모두 7조엔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2030년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금리인상,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5일 열린 은행협회 신년회에서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려 금융완화의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정책금리를 0.75%로 인상한 여세를 몰아 올해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올해 정책금리를 1~2차례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이 1.00~1.25%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채권금리도 계속 오름세다. 이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도쿄 채권시장에서 2.1%를 넘어섰고, 올해 안으로 2.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이전까지 금융완화 정책 유지를 지지하면서 사실상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용인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12월 우에다 총재와 단독 면담 이후 이러한 기조는 확연하다. 현재의 금리 수준으로 높은 환율을 방어하기 힘들고, 이에 따른 물가 상승세가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각부도 올해 경제전망과 정책을 내놓으면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의 양립을 위해 적절한 금융정책 운영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지속적으로 일본은행과 긴밀히 연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긴축적 금융정책이 불러올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젊은 세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는 추산이다. 이미 일본 주요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는 2%대까지 올라서 현역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금리인상으로 가계 전체의 이자수입이 증가하지만 40대 이하는 마이너스 효과가 있다”며 “젊은층의 주택대출 상환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노무라증권 관계자는 “금리상승은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의 증대와 소비여력의 약화, 기업의 투자자금 조달 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물가가 억제되고 임금상승이 커지면 소비 침체를 방어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닛케이지수 올해도 최고점 넘어서나 =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일본 주식시장이 4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전했다. 이 신문이 일본내 은행 및 증권회사 1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닛케이평균지수는 5만3000~6만100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 시민들이 5일 증시 시황을 알리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새해 첫 거래일인 이날 닛케이지수는 전 영업일 대비 2.97% 상승했다. 사진 EPA=연합뉴스

신문은 “상장 기업의 수익성 확대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치된 전망을 내놨다”며 “이들 기업의 올해 말 주가수익비율(PER)은 16배에서 17배 수준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마쓰모토 후미오 오카산증권 수석전략가는 “다카이치 정권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인플레 지속으로 명목 베이스에서 기업의 이익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연말 상장기업 PER은 17.5배까지 상승하고, 닛케이지수는 5만9700까지 오를 것”이라며 전망했다.

신중한 전망도 있다. 기쿠치 마사토시 미즈호증권 수석전략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미국과 유럽의 해외투자자와 면담한 결과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정책이 금리상승과 주가 조정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더라”며 “올해 PER은 16배에 그치고 지수는 5만300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노무라증권도 올해 2026년 닛케이지수를 5만5000으로 예상했다. 내년은 5만700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는 특히 올해 AI 등에 대한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경우 닛케이지수가 5만9000까지도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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