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시대, 고교 선택 기준 달라졌다
자사고 학교별 경쟁률 희비 엇갈려 … 정시 중심 학교 기피, 수시·정시 병행 학교 선호
2026학년 후기고 지원이 마무리된 지금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등 특목·자사고 전반의 지원 양상이 이전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일부 학교의 경쟁률은 하락한 반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았던 학교는 지원자가 늘며 고교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자사고는 정시 중심 구조와 수시·정시 병행 구조에 따라 희비가 갈렸고 조금씩 개선되던 외고·국제고의 경쟁률은 확연한 상승세를 보였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대입 구조 변화 속에서 상위권 학생·학부모의 판단 기준이 달라진 결과로 해석된다. 내신 경쟁에 대한 부담과 대입 전략의 유연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현장 교사와 입시 전문가에게 고입 지원 양상이 변화한 원인을 물었다. 달라진 고입 환경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학교를 선택해야 할지 향후 대입까지 고려한 판단 기준도 함께 살펴본다.
“예전에는 중학교 성적을 바탕으로 어느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교육과정 편제나 과목 운영 시기를 비교해 묻는 경우가 늘었다.”
유기선 서울 신일고 교사의 말이다. 2026학년 자사고 지원 양상이 이전과는 다른 경향을 보인다. 흔히 자사고 전반의 경쟁률이 낮아졌다지만 그보다는 자사고 내에서 학교별 선호도가 뚜렷하게 갈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지역 자사고와 전국 단위 자사고 모두 지원율 등락이 동시에 나타나며 고입 판도가 재편되는 모습이다.
◆자사고, 학교별 선호도 뚜렷이 갈려 = 서울 지역 자사고는 비교적 안정적인 지원율을 유지했지만 일부 고교는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선덕고 신일고 이화여고 휘문고의 입시 결과는 자사고 선택 기준의 변화를 보여준다. 선덕고는 2025학년 1.82대 1에서 2026학년 1.25대 1로 휘문고는 0.78대 1에서 0.60대 1로 경쟁률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반면 신일고의 경쟁률은 1.18대 1에서 1.46대 1로 상승했고 이화여고는 1.93대 1에서 1.59대 1로 경쟁률이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각 학교의 학습 지도 방향과 대입 전략에 대한 학부모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휘문고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5학년 서울대 합격자 42명 중 41명 고려대·연세대 합격자 145명 중 119명이 정시로 합격했다. 주요 대학의 수시·정시 합격자 비율이 7대 3 정도라고 밝힌 신일고와 차이가 뚜렷하다. 이러한 정시 중심의 대입 전략이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내신 경쟁에 대한 우려 또한 상대적으로 성적 부담이 덜한 일반고나 최근 경쟁률이 낮았던 자사고를 선택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전국 단위 자사고 역시 학교별로 지원 양상이 갈렸다. 민족사관고는 경쟁률이 1.63대 1에서 1.73대 1로 김천고는 1.22대 1에서 1.38대 1로 상승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상산고는 2.20대 1에서 1.65대 1로 경쟁률 하락 폭이 컸다. 상산고가 발표한 2025 대입 실적을 보면 주요 대학 정시 합격자가 수시 합격자의 두배였다. 반면 김천고나 민족사관고는 수시 진학자가 더 많거나 비슷하다. 수시·정시에서 고르게 실적을 내는 고교로 지원자가 이동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대 열풍 속 영재학교 지원 감소 = 특목고도 예년과 지원 경향이 달랐다. 영재학교의 경우 지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세종영재는 2025학년 7.52대 1에서 2026학년 5.80대 1로 경쟁률 하락 폭이 컸다. 인천영재 광주과고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경쟁률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의약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영재학교에서 의약학계열을 지원할 경우 일반고 방식의 학생부를 제공하는 등 불이익이 있어 상위권 학생들이 지원을 꺼린 것이다.
임태형 학원멘토 소장은 “예전이라면 영재학교 진학을 고민했을 학생들이 최근에는 일반고나 자사고로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고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전체 평균 경쟁률은 하락세였지만 일부 지역에선 경쟁률이 상승했다. 2025학년 3.22대 1에서 2026학년 3.59대 1로 경쟁률이 상승한 충북과고가 대표적이다. 내신 성적이 다소 낮아도 디지스트(DGIST) 유니스트(UNIST) 지스트(GIST) 등 이공계 특성화대학이나 주요 대학 공학계열의 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통합형 수능, 외고·국제고 재부상 견인 = 외고와 국제고는 자연계열 열풍 속에서 주춤하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6학년 전국 28개 외고의 정원 내 평균 경쟁률은 1.47대 1로 전년 1.39대 1보다 상승했다. 서울 지역 외고의 경쟁률 역시 1.61대 1에서 1.75대 1로 올랐다. 최근 4년간 외고 지원율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외고와 국제고는 자연계열 상위권과의 경쟁이 없는 데다 외국어·국제 분야의 심화 과목을 이수할 수 있어 인문 성향 상위권 학생의 선호가 높았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2028학년 개편되는 수능 체제가 지원율 상승을 견인했다고 말한다.
2028 수능부터 자연 계열 학생이 이수할 ‘미적분Ⅱ’ ‘기하’ 과학 일반·진로선택 과목이 출제 과목에서 제외되면서 일부 사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외고·국제고의 최상위권이 정시로 의약학 계열이나 공학 계열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주장이 퍼지고 외고·국제고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내신 5등급제, 1등급 확보가 최우선인가 = 올해 고교 선택은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예년과 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입 구조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낮고 고교 진학 후 본격적인 대입 준비에 대한 부담이 큰 중학생과 그 학부모들은 정보에 근거한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불안에 기댄 감정적 선택을 할 수 있다. 특히 이해관계가 얽힌 일부 관계자들이 특정 정보를 의도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해 선택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있다. 올해 고교 선택 과정에서 선택에 영향을 미친 정보를 짚어보고 앞으로 고교 선택 시 참고할 기준을 제시한다.
지역 단위 자사고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는 내신 경쟁에 대한 부담이 꼽힌다. 현 고1부터 내신 5등급제가 적용되면서 상위 10%까지 1등급 10~34%까지 2등급을 받는다. 9등급제인 현 고2 고3에 비해 상위 등급 인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여름까지 1등급이 아니면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풍문이 확정된 사실처럼 나돌았다. 대체로 언론을 통해 고교나 대입 정보를 취득하는 중학교 학부모에게 이 정보가 인상에 남으면서 내신 경쟁에 대한 공포를 키웠고 고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내신을 중심으로 한 선택이 효용이 있을까. 대입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실제 1학기가 끝나고 몇몇 시·도에서 1학년 1학기에 전과목 A를 받은 학생의 비율을 공개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합격선과 비교할 때 5등급제의 2등급대까지는 서울권 대학 진학이 어렵지 않다고 본다. 유 교사 역시 “실제로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도 많지 않다”며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1학년 1학기에 전과목 1등급을 받은 학생은 10명 안팎”이라고 밝혔다.
학생부 정성 평가나 면접 논술 등 등급 외 요소가 현재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중학교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최상위권 대학이나 서울권 대학은 종합전형의 선발 비중이 크고 교과전형에서도 과목 선택 이력이나 지원 모집 단위 관련 교과의 세특을 일부 평가한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한양대가 대표적이다. 이들 대학은 지원자 내신 성적 차이가 미미해 성적 외 평가 요소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고교 진학 전 수시형·정시형 판단 필요한가 = 이번 고교 선택을 두고 정시형 학교의 몰락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자사고 중에서 경쟁률이 하락한 학교가 대체로 수시보다 정시에서 대입 실적이 우수한 학교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재학생의 경우 정시에서는 졸업생에 비해 경쟁력이 낮아 부담스럽고 수시 지원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학교의 대입 성향을 고교 선택 시 반영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학교의 교육 방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참고할 요소라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예고된 2028 이후 대입 경향을 고려하면 특정 전형에 치우친 선택이 실제 대입을 준비할 때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2028 이후의 대입은 수시는 수능 정시는 학생부를 함께 활용하는 대학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비롯해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이 정시에서 학생부를 활용할 예정이다. 즉 수능과 학생부 내신을 고루 갖추어야 하는 셈이다.
◆외고에서 자연계열 진학 가능한가 = 최근 외고·국제고의 경쟁률은 꾸준히 상승했다. 일부 사교육 기관에서 2028 대입부터 의대를 비롯해 이공 계열에 진입할 기회가 커졌다는 의견을 제시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현재도 인문 성향 외고 학생이 약대나 공대에 진학하는 일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는 매우 소수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외국어 교육에 특화된 외고 교육과정상 자연 계열 전공의 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렵다”며 “정시에서는 수학 과목에 부담을 느껴 기대만큼 높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의약학 계열은 정시에서 각 대학의 환산 방식이나 영역별 가산점 면접 등으로 당락이 갈린다. 의약학 계열의 2028 대입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재도 수학이나 과탐에 가산점을 주거나 반영 비율을 높이고 있음을 고려하면 새로운 수능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유형이 아닌 목표로 하는 계열·전공과 연관된 교육과정이다. 일반고도 학교별로 개설 과목에 차이가 있으며 지정 과목 수와 선택 과목 그룹 구성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달라진다. 자극적인 보도나 설명회의 발언을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교사 연구회나 평가원의 성적 분석 대학의 모집 요강과 대입 결과 등 공신력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대입 구조와 전형 정보를 교차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차염진 기자·박선영 내일교육 리포터 hena20@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