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의혹 확산에 관가 ‘접촉 차단’ 바람

2026-01-07 13:00:03 게재

외부 접촉 신고 강화 움직임 … 청문회서도 전관·대관 문제 집중 제기

쿠팡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과 전관 영입 논란이 잇따르면서, 정부 부처 전반에서 전직자나 이해관계자와의 접촉을 관리 대상이자 위험 요소로 인식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재해와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를 둘러싼 조사·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관가 전반의 접촉 관행과 이를 둘러싼 제도 운영 방식이 한꺼번에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관가에 따르면 쿠팡 관련 조사·감독을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를 시작으로 퇴직자 접촉을 경계하는 내부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도 쿠팡으로 이직한 퇴직 공무원들과 현직 공무원 간 접촉 관리 실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전·현직 공무원 집단 이직 사례 이후 접촉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부처 차원의 통제 장치가 충분한지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쿠팡으로 이직한 퇴직자들과의 접촉 문제와 관련해 “쿠팡으로 이직한 이들과 접촉했을 때는 패가망신할 줄 알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쿠팡 관련 조사·감독을 담당하는 부처 차원에서 퇴직자 접촉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내부에서는 쿠팡으로 이직한 퇴직 공무원과의 접촉을 문제 삼는 지침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담당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내부 단속에 나섰다. 개보위는 쿠팡과 KT의 정보 유출 조사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의 이해관계자와 사적 개별 접촉을 일절 금지하는 위원장 명의의 특별 서신을 발송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피해 규모가 3370만건에 이르는 만큼, 조사 결과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송경희 위원장은 서신에서 “조사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업무수행 과정에서 외부의 영향력 행사와 정보 획득 시도가 있을 수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의 부당한 알선·청탁 가능성을 경계하고 관련 정보의 보안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개보위는 이번 조치가 진행 중인 사건에서 부적절한 외부 접촉과 조사 정보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감독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외부 접촉 관리와 관련해 논의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현재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과 관련해 징계 규정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그간 대기업 임직원이나 법무법인 관계자, 공정위 퇴직자 등 외부인과 접촉할 경우 접촉 일시와 장소, 대화 내용을 5일 이내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 12월 23일 쿠팡사태 범부처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에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이 같은 기류 속에서 퇴직 경찰 간부의 쿠팡 취업 시도에는 제동이 걸렸다. 최근 인사혁신처 산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퇴직한 경위급 경찰관이 쿠팡 부장급으로 재취업하려던 신청에 대해 ‘취업 제한’ 결정을 내렸다. 인사처는 해당 결정과 관련해, 취업 이후 퇴직 전 소속 기관인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이 인물이 퇴직 전 소속 기관에서 쿠팡의 재산상 권리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한 점도 함께 판단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는 퇴직 후 3년 이내 재취업 시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며, 경찰·소방·국세 공무원 등 특정 업무 담당자의 경우 5급 이상뿐 아니라 6·7급 상당까지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취업 제한 결정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한편 지난해 쿠팡의 전관 영입 사례는 크게 늘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실, 산업통상자원부, 검찰 등에서 퇴직한 전·현직 공무원들이 쿠팡 본사 상무·부장·이사급으로 취업 승인을 받았다. 또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6년간 국회 퇴직 공직자의 취업 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중견기업 계열사 가운데 쿠팡으로 이동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쿠팡을 둘러싼 로비 의혹과 전관 영입 논란이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관가 전반의 접촉 관행과 제도 운영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부 접촉이 사후 책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감독·규제 기관을 중심으로 전직자 취업과 외부 접촉을 관리하는 제도 전반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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