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2026 민생화두는 주거안정·환율·생활물가
2025년 한국경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그런대로 잘 막아낸 모습이다.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계엄’이라는 파괴와 혼란을 수습해가면서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마무리했다. 수출은 사상 최초로 7000억달러를 넘어서 1분기의 역성장을 되돌려 그나마 연간으로 1%대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코스피지수는 75% 올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서 놀라울 정도다.
또한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중국과 일본에 할 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에 대해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실용외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중국 측이 과거사를 거론하며 항일연대를 명분으로 삼아 한국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보였지만 이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협력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60%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이 외교·안보 분야를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한 일간지가 한국정당학회와 함께 조사 의뢰한 ‘2025~2026 유권자 패널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집권 2년 차에 이재명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1순위로 꼽힌 것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나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관계없이 ‘민생경제회복’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은 2순위로 ‘내란극복’을, 국민의힘 지지층은 2순위로 ‘국민통합 및 협치’를 꼽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주택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민생경제회복이 1순위라는 점에 주목해서 그 내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민생은 결국 ‘의식주’ 문제일 텐데 이 가운데 해결되지 않은 채, 아니 더 악화될 가능성을 안은 채 해를 넘긴 과제는 주거안정과 고환율에 따른 생활물가문제라고 할 수 있다.
1월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인용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누적 기준 8.71% 올랐다. 2024년의 4.67%는 물론 문재인정부 당시 최고 상승률이었던 2018년의 8.03%보다도 높았다.
문제는 이를 해결할 합리적인 대책을 정부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10월 15일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까지 세 번의 대책을 통해 일단 거래 자체를 틀어막아 놓은 상태다. 지난 연말까지 내기로 한 주택공급대책은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서울 주택인허가 건수는 연속적으로 감소해왔기에 이번 정부 기간내에 주택분양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조차 “(서울 아파트 문제는) 대책이 없다”라고 실언 아닌 고백을 해서 빈축을 살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거래 자체를 막아 놓은 모순적 상황을 기존 정책이 만들어 놓았다. 주택공급정책과 수요억제정책이 모순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
주택정책이 전세매물을 줄여 월세화를 유도하고 있는데, 월세화는 주거비상승을 통해 무주택자의 자산형성 가능성을 낮출 뿐이다. 당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합리적인 가격 정책은 보유세를 크게 높이고,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를 크게 낮추는 것일 텐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에서 응할 리가 없다. 이미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짜투리 땅을 이용한 지엽적인 공급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통제불능의 길로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정부의 명운을 걸고 ‘코스피 5000’을 외치지만 증시에서 돈을 벌면 ‘똘똘한 한 채’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여러번 언급한 생각이지만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최상급지 가격억제 정책’으로부터 ‘주거안정과 주거환경 개선 정책’으로 옮기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반지하방 옥탑방 쪽방 다 합쳐서 주택보급률을 계산할 것인지 답답하다.
환율문제, 자산재구성 시각으로 접근해야
환율문제도 ‘서학개미가 문제다’ ‘달러를 들고 있는 기업이 문제다’ ‘증권사 해외투자 마케팅이 문제다’라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시장참가자들은 환율상승을 보고 있다. 지난 연말 이후 외환보유고까지 소모해가면서 환율을 눌러 놓고 있는데, 같은 시기에 국내 달러화 예금이 폭증했다. 달러를 싼 값에 사들일 좋은 기회로 본 것이다.
한국의 시장참가자 다수가 국내자산뿐 아니라 외화자산까지 고려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비난한다거나 쥐꼬리만한 세제혜택을 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고환율은 2025년 12월 물가통계에서 보듯이 석유류와 수입쇠고기 등 수입농축산물의 가격상승률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것이 시작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실용주의’가 공무원이 열심히 일하는데 그쳐서는 안될 것 같다. 민생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구조적인 대안과 전략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방향없이 왔다 갔다 띰 뛰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