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응 ‘사전 예방·관리’로 바꾼다
산업재해부터 대응 기록까지 포함
재난·안전 데이터 공개 효과 기대
행정안전부가 ‘인공지능(AI)·고가치 공공데이터 톱100’ 가운데 재난·안전 분야 데이터를 중심으로 상세한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톱100에는 산업재해 사고정보·예방 조치 데이터, 재난 발생 이력과 대응 과정 기록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데이터가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 데이터를 AI 기반 정책과 서비스 개발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을 명확히 했다.
◆사고 중심에서 예방·위험 관리로 = 그동안 재난·안전 관련 데이터는 사고가 발생한 뒤 결과를 집계하거나 사후 대응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피해 규모와 경과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데이터는 통계 자료나 보고서 작성용으로 쓰였다. 이번에 선정된 톱100 재난·안전 데이터는 사고 건수뿐 아니라 발생 원인·환경·대응조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는 AI가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위험 패턴을 학습해 미리 사고 가능성을 예측·관리하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산업재해 사고정보 데이터에는 단순한 사고 발생 횟수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점·장소·작업환경·사후조치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이러한 포괄적 정보가 AI 분석에 활용되면 업종별·공정별 위험도를 도출하고 특정 조건에서 사고가 재현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사후 대응 중심의 기존 데이터 체계가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대응 기록 데이터화와 의사결정 보조 = 톱100에는 재난 대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기록도 포함됐다. 투입된 인력과 장비, 각 단계별 조치 내용과 시간대별 상황정보는 개별 보고서 형태로 남겨졌다.
일부는 백서로 제작되기도 했지만 쉽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를 AI가 분석 가능한 표준화된 형태로 정제·통합하면 향후 유사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산불이나 홍수 대응 기록을 기반으로 유사한 조건이 발생했을 때 적정 대응 시나리오를 추천하는 AI 도구 개발이 가능하다.
다만 재난 데이터는 발생 양상이 다양하고 예외 상황이 많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AI 예측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지방정부별로 데이터 축적 수준과 관리 체계가 제각각인 것도 해결 과제다.
정부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데이터 정제·통합·표준화 작업을 선행할 계획이다. 이번 톱100 공개와 함께 AI가 쉽게 학습·분석할 수 있는 AI-Ready 공공데이터 관리 기준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원천 데이터 단계부터 형식·구조·품질을 정비해 기계가 바로 활용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작업을 말한다. 기존 공공데이터가 사람의 열람을 전제로 한 경우가 많았다면, AI-Ready 데이터는 구조적 완결성을 갖추도록 설계된다.
◆활용 사례 확대와 민간 연계 전망 = 전문가들은 재난·안전 데이터가 AI 기반 예방 정책과 안전 서비스 개발에 폭넓게 쓰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산업재해 예방 시스템은 물론, 교통사고 위험도 분석, 자연재해 대응 시나리오 생성 등으로 AI의 데이터 활용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재난관리 분야 전문가는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AI 분석의 정밀도는 높아질 것”이라며 “지방정부 간 데이터 공유와 표준화가 뒷받침된다면 사고 예방과 대응 효율성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영 행안부 인공지능정부정책국장은 “재난·안전 데이터는 톱100 가운데 가장 많은 수가 포함된 분야”라며 “AI 기반 정책 설계와 민간 서비스 제공을 동시에 촉진하는 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어 “정부는 앞으로 데이터 개방과 동시에 현장 적용 사례를 발굴·확산해 실질적인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