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주시민교육’ 나선다
김영삼정부때 정부주도 실패
시민단체 주도, 학생도 참여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의석수를 득표율과 연동되도록 만들어 ‘승자독식’ 구조를 완화하려는 제도다. 하지만 21대와 22대 총선에서 거대양당은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공생 관계’를 재확인했다.
게다가 거대양당은 자정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윤리특위 구성을 최장기간 중단시키고 있다. 22대 국회 들어서는 윤리특위를 아예 만들지도 않아 48건의 징계안이 논의 없이 방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거대양당의 독과점 환경으로 선거제도, 정당제도, 정치자금제도 등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개혁의 상징이었던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정상적으로 실행하고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만흠 전 입법조사처장은 “거대양당에게 선거때 주어지는 기호, 전광, 초두효과 등의 특혜를 없애면 정책, 인물 경쟁이 살아나면서 소수정당이 진입할 수 있다”며 “선진국과 같이 이름 앞에 정당 이름과 기호를 넣지 않고 임의로 순서를 정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원래 국고보조금은 박정희정권때 공화당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폐지하는 것이 맞다”며 “거대양당이 국고보조금 없으면 지금과 같은 식으로 극단적 행태의 정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민주주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민주시민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양한 기관 간 협업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별로도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민주시민교육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토대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민주시민교육이 시민들에 의해 검증되지 못한다면 교육의 의미는 퇴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삼정부 시절에도 민주시민교육 논의는 있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94년 총리산하 세계화추진위원회가 민주시민교육원 설립을 추진했다가 좌초됐다. 1996년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중의 하나였던 교육개혁위원회 안에 민주시민교육 문제를 전담할 기구로 민주시민교육위원회를 신설해 시민을 위한 학교 교육 강화, 민주교육센터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내놨지만 이념적 편향 가능성과 자율적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앞세운 여론에 밀려 실현되지 못했다.
이재명정부는 시민단체 중심으로 국가시민참여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시민참여, 숙의와 함께 민주시민교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민참여기본법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지속가능한 체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재명정부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위원회는 “전문가·교원·학생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시민교육의 목표와 원칙, 내용 요소에 대한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며 “창의적 체험활동 등 교과외 활동 전반에서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높이고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어 “학교내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학생 참여형 시민·헌법·기후환경·생태전환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민교육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다.
정당 차원의 민주주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고보조금의 30%이상을 배분받는 각 정당의 정책연구소들의 민주시민교육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에 제출된 ‘2024년도 정책연구소 연간활동실적 분석보고서는 “한국의 정당연구소는 독일과 미국 정당재단의 각 장점인 민주시민교육 기능과 싱크 탱크의 역할을 동시에 추구했지만 현재 교육연수 분야 활동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며 “민주시민 교육기관이나 정치신인 발굴 시스템이 미흡한 한국정치 환경에서 각 정책연구소들은 교육기능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특히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시민교육을 통한 민주주의 확산 노력이 소홀할 경우 정치 선진화 달성도 쉽지 않을뿐더러 궁극적으로는 정당의 가치나 이념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해 지지세력 확대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