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갑질’에 뿔난 민심…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속도낸다
6년째 국회서 발묶인 온플법 … 이르면 상반기 결실
자영업자·시민사회단체 국회서 “자영업 말살 멈추라”
쿠팡의 갑질과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면서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문재인정부 후반부터 온플법 제정을 추진 중이지만 6년 째 국회에서 발이 묶인 상태다.
8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온플법 제정은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에서도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다만 22대 국회가 처음부터 다시 법안을 논의하는 제정절차를 밟고 있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온플법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법사위서 2차례 논의 =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 독점폐해 규제법안은 크게 2가지다. 플랫폼 기업과 입점 사업자 간 거래 관계를 규정하는 ‘온플법’(또는 온라인거래공정화법)과 대형 플랫폼 기업의 자사우대 등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플랫폼독점규제법’으로 나뉜다. 정부와 여당은 미국의 통상반발 등을 고려해 우선 온플법을 처리한 뒤 독점규제법은 추후 논의키로 한 바 있다.
온플법은 이미 문재인정부 당시 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막겠다며 제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업계와 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특히 2022년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아예 온플법 제정추진 정책을 백지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온플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지난해부터 제정절차에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법사위에서 2차례에 걸쳐 온플법 제정 문제를 논의했고 조만간 세 번째 논의를 하게 된다”면서 “여야 모두 크게 반대하는 입장이 없어서 이르면 상반기 중 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플법은 어떤 내용? = 온플법에는 플랫폼의 입점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각종 갑질을 규율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갑질은 주로 거래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가진 ‘갑’이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을’에게 비용이나 리스크를 전담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자사 플랫폼에서만 최저가로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거나,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고 지불한 대금의 정산을 늦추는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한다. 최혜 대우 요구(입점 사업자에게 가격, 거래조건을 다른 판매처보다 유리하게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것), 끼워팔기(입점 사업자에게 다른 서비스를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가 온플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플랫폼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현행법만으로는 플랫폼 갑질을 규제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특히 빅테크 기업이 아닌 중소형 플랫폼 기업은 더 어렵다. 이들은 사업 형태나 매출액 기준이 충족되지 않아 대규모유통업법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기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려면 먼저 해당 중소형 플랫폼 기업들이 입점 사업자들에 비해 거래상 지위, 즉 갑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플랫폼 경제의 특수성상 이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반면 플랫폼업 특성상 시장 변화는 매우 빠르고 한번 시장을 장악한 ‘1등 플랫폼’은 급성장한다. 이렇게 된 뒤에는 시장 질서를 바꾸기 어렵다. 공정위 조사에서 법원 확정판결까지 통상 2년~3년이 걸려, 사실상 제재 실효성이 없게 된다.
반면 미국의 통상압력에 추진동력이 떨어진 플랫폼 독점규제법은 극소수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법안이다. 지배적 독과점 플랫폼 기업(빅테크)의 독과점 남용행위(자신들의 압도적인 경쟁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사업자의 시장 퇴출을 목표로 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추진해온 법안이다.
규제 대상을 극소수 빅테크 기업 일부를 사전에 정하고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요구 등 ‘4대 반칙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생존권 투쟁 나선 자영업자 = 앞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8개 자영업 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전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자영업 말살하는 쿠팡 규탄 대회’를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외식업·유통·자동차 정비업계 등 자영업 단체 소속 자영업자 1000여명이 참여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소속 국회의원과 민변(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도 함께했다.
자영업자들은 음식배달앱 ‘쿠팡이츠’가 입점 업체에 과도한 비용을 전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쿠팡이츠의 ‘스마트 요금제’ 강요와 배달비 부담 전가가 음식점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쿠팡이) 자영업자와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를 근거로 쿠팡이 자사 매입 상품과 자체 개발 상품(PB)을 밀어준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쿠팡은 플랫폼인데도 불구하고 자사 매입 상품과 PB 상품 중심으로 로켓배송을 운영하는 상품 판매자”라며 “입점 업체의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자기 상품 밀어주기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참석한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는 ‘쿠팡 바로잡기 TF(태스크포스)’ 출범과 온플법 제정 의지를 보였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쿠팡 바로잡기 TF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규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회는 온플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