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돈로 독트린’ 첫 실행, 세계는 야만의 정글로 가는가

2026-01-09 13:00:43 게재

새해 벽두 심야에 전광석화처럼 실행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강제 체포와 미국 압송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미국의 신안보전략에 천명된 소위 ‘돈로 독트린’의 첫 실행 사례가 극적으로 전개되었다. 돈로 독트린은 19세기 초의 먼로 독트린이 21세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MAGA)와 묘하게 결합한 트럼프 자신의 조어다.

그러나 두 독트린은 유사하면서도 결이 다르다. 남북 미주대륙을 포괄하는 서반구(Western Hemisphere)를 중시하는 안보 사고라는 면에서 유사하지만, 그 조건과 배경에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먼로는 세계 10위권 밖의 신생국, 트럼프는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다. 먼로 독트린은 유럽 중심의 세계질서에서 소외된 방어적 입장에서 나온 노선이었다. 반면 돈로 독트린은 지난 80년 간 유지된 자유 질서를 수호하는 세계경찰로서의 미국 역할에서 자진 후퇴를 의미하면서도 서반구 중심의 미국 패권을 지키기 위해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쓰겠다는 공세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다.

주권국가의 대통령이 그 영토 안에서 외국에 의해 강제로 체포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국제법적 합법성에 대한 논쟁을 피해갈 수 없다. 다만 이 논쟁을 가름해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의 거부권을 고려할 때 명확한 결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합법성 논쟁을 넘어 이 사건은 서반구는 물론 전세계에 지정학적 충격을 주었고, 앞으로 그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는 물론 미국의 동맹과 우방국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길어질 것이다.

야만의 정글로 회귀하는 국제질서

마두로의 전격적인 체포는 군사적으로 성공했지만 문제의 끝이 아니라 더 큰 문제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흔들리고 있는 국제질서의 앞날에 해답을 주기보다는 더 복잡하게 할 여러 질문들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째는 국제 관계가 야만의 정글 상태로 회귀하는 신호탄이 될 것인가다. 무력사용을 억제하는 국제규범이 약화되는 가운데 약육강식에 기초한 강대국 간 힘의 논리가 지배하면서 상호 불신이 고조되고 군비경쟁이 가속화되는 야만의 시대에 국제질서의 안정적 관리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그 혼란 속에서 강대국 간 불신과 경쟁으로 의도하지 않은 사건이 3차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위험을 어떻게 제어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심각한 회의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둘째는 국제정치가 야만의 정글 속에서 강대국 간 세력권(sphere of influence)에 따른 분점의 질서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렇다면 대서양과 태평양 너머의 유럽과 아시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특히 동유럽은 러시아 동아시아는 중국의 세력권임을 미국이 묵인하겠다는 것인가? 이 질문들은 미국의 경쟁세력에는 오판을, 동맹에는 방기의 위험 인식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셋째는 트럼프 대외정책의 방향성에 내재하는 자체 모순이다. MAGA 연장선에 있는 대외 분쟁의 장기 개입 배제 원칙과 이번에 천명한 베네수엘라 국가 경영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체포를 위한 군사 작전은 기획과 실행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미국의 힘으로 가능하다. 반면에 그 후의 국가 시스템 재건은 복잡다난한 국내 정치 과제여서 군사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정치적 해결은 외부 세력인 미국의 힘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근본적 한계가 있다. 미국이 장기간 개입해 온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적 승리 이후 막대한 재정과 자원을 투입하고도 결국 국가 재건에 실패하고 철수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한국 외교, 최악을 상정한 대비 필요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바다 건너 불이라는 안이한 인식부터 벗어나야 한다. 엄중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 사건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지정학적 질문들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예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예방에 실패할 경우의 대비책도 필요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지인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특히 왜 한국이 미국에 필요한 파트너인지를 트럼프의 화법에 맞추어 각인시키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미국의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헤징(hedging) 전략도 필요하다. 미국과의 동맹을 공유하는 같은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의 공조와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연대는 트럼프 리스크의 충격을 줄이면서 트럼프 이후의 불확실성에도 대비하는 중장기 전략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김원수 경희대 미래문명원장 전 유엔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