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핵심재료 전분당도 담합혐의…공정위 조사착수
라면·빵·과자 등 가공식품 단맛 내는 주요 재료
대상·삼양사·CJ제일제당 등 4대 기업 현장조사
주병기 “과징금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실효성”
정부가 민생과 물가안정에 총력을 쏟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식품재료로 널리 쓰이는 전분당 가공회사들에 담합혐의를 두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분당은 옥수수 등으로 생산된 전분을 이용해 만드는 가공원료다. 이 전분당은 물엿이나 과당, 포도당 올리고당 등 형태로 주로 가공식품 회사들에 팔린다. 라면과 빵류 등 대부분 식품의 감미료로 사용돼 가공식품 가격을 결정짓는 주요 재료다.
공정위는 대상 등 전분당 제조 4사가 수년 전부터 가격을 담합, 최근 가공식품 물가상승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두고 조사 중이다. 실제 주재료인 수입옥수수 등 국제곡물가격이 최근 2년간 크게 떨어졌지만 전분당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식품물가 왜 오르나 했더니 =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세종시 인근 식당에서 열린 ‘출입기자 신년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주 위원장은 “민생분야 담합 조사와 관련해 이미 언론에 보도된 설탕과 돼지고기, 밀가루 외에도 최근 전분당에 대해 혐의를 포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전분당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물엿 올리고당 과당을 말하며, 음료 과자 유제품 등 많은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현재 전담조사팀을 운영하고 있고 신속히 조사 완료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전분당 제조 4사를 현장조사하고 담합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국내 전분당 시장은 식품기업인 대상이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삼양사와 CJ제일제당, 사조CPK가 각각 15%~20%씩 장악해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4대 기업은 2025년 말 기준 연간 약 300만톤 규모의 전분당을 생산하고 있다. 전분당 국제시세는 1톤 기준 약 350달러(약 50만원) 수준이다. 이를 환산하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분당 시장규모는 1조5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전분당은 빵, 라면, 과자, 유제품 등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여 가격 추이에 따라 가공식품 물가 전반에 영향을 준다. 공정위는 이들 4개사가 전분당의 주원료인 국제곡물가격 변동추이와 상관없이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온플법 어떤 나라도 차별하지 않아” =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에 대해 주 위원장은 “어떤 나라도 차별하지 않고 비차별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온플법이 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에 주 위원장은 “온플법은 당연히 미국 기업을 목표로 하는 법이 아니며, 기본적으로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사업자와의 거래 중 이뤄질 수 있는 여러 불공정 거래와 갑을관계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사후규제 중심의 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쿠팡도 (법 적용 대상이) 되겠지만 네이버나 다양한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에도 차별 없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뿐만 아니라 대형사업자를 사전에 정해놓고 행위를 규제하는 법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 독점폐해 규제법안은 크게 2가지다. 플랫폼 기업과 입점 사업자 간 거래 관계를 규정하는 ‘온플법’(또는 온라인거래공정화법)과 대형 플랫폼 기업의 자사우대 등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플랫폼독점규제법’으로 나뉜다. 정부와 여당은 미국의 통상반발 등을 고려해 우선 온플법을 처리한 뒤 독점규제법은 추후 논의키로 한 바 있다.
온플법은 이르면 상반기 중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법사위에서 2차례에 걸쳐 온플법 제정 문제를 논의했고 조만간 세 번째 논의를 하게 된다”면서 “여야 모두 크게 반대하는 입장이 없어서 이르면 상반기 중 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징금 상향 아닌 합리화” = 공정위가 발표한 과징금 상향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형사처벌은 최소화하고 과징금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과징금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시장지배적지위남용 기업에 대해 관련 매출의 6% 상한으로 과징금 처분을 내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EU의 경우 관련 매출액 30% 이내로 과징금 처분을 하고 있고 일본은 관련 매출액 15% 이내로 처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제재 수준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준도 현실화되어야 한다”면서 “규제 강화가 아니라 규제를 현실에 맞게 합리화하는 개선조치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과징금 한도가 낮을 뿐 아니라 실제 과징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선진국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같은 법 위반 행위를 반복했을 때 가중하는 비율이 우리나라는 한번 반복하면 10% 가중, 2번 반복하면 20%”라면서 “EU는 한번 반복하면 50%, 두번 반복하면 70%, 3번 반복하면 100% 가중한다. 이런 방식이 훨씬 합리적이고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형벌규정을 없애고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 실효성을 높이는 게 정부 정책방향”이라면서 “과징금 강화라기보다는 과징금 수준의 합리화”라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