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예상보다 충격 적었다

2026-01-09 13:00:12 게재

세율 명목 27% vs 실제 14% 괴리

관세 비용 94% 미국 기업이 부담

미국내 중국산 비중 22→8% 급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단행한 초고율 관세 정책은 ‘100년 만의 관세 인상’ 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입품 가격이 급등하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실제 충격은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관세폭탄, 각종 예외·유예 조치 많아 = 하버드대와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이 최근 발표한 ‘미국 수입관세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미국이 실제 부과한 평균 관세율은 14.1%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공식 발표한 명목 관세율 27.4%의 절반 수준이다. 4월 최고점이었던 32.8%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졌고, 실제 기업이 부담한 관세는 이보다 더 적었다.

보고서는 관세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제한적이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각종 예외와 유예 조치를 꼽았다. 관세 발표 당시 이미 선적돼 미국으로 이동 중이던 물량은 면제 대상이 됐다.

산업별·국가별 예외도 적지 않았다. 반도체와 이를 포함한 일부 전자제품은 관세 적용에서 빠졌다. 반도체의 실제 관세율은 9%에 그쳤다. 대만처럼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가의 대미 수출품도 명목 관세율 28%와 달리 실제 적용률은 8% 수준이었다.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예외였다. 북미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았다.

관세 회피도 실제 부담을 낮춘 요인으로 지목됐다. 일부 기업들은 원산지·가격·구성 정보를 조작해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불법적 수단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겹치며 ‘발표된 관세’와 ‘실제 관세’ 간 괴리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관세 비용의 94%가 미국 기업에 전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던 2018~2019년의 8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수입품 가격상승은 미국내 제품보다 두 배 이상 가팔랐다는 별도의 연구 결과도 있다.

관세는 글로벌 무역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 수입 비중은 2017년 22%에서 2025년 8%로 급락했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대신 미국 제조업체들은 외국산 부품과 금속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 트럭, 건설장비, 자동차·부품, 농기계, 석유·가스 장비산업이 대표적인 피해 업종이다.

◆중국 대체할 저가 생산국은 베트남과 인도 = 이러한 구조는 한국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미국의 관세 인상은 곧바로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관세 부담이 미국 내부에서 흡수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기업은 ‘누구에게 수입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즉 문제는 가격이라기보다 고관세 환경 속에서도 거래를 유지할 만한 공급자인지 여부다.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 급락과 관련, 대체 공급국으로는 베트남과 인도를 언급했다. 한국이 ‘중국을 대체한 저가 생산국’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즉 한국은 중국의 빈자리를 값싼 노동력으로 채우는 국가가 아니다. 미국이 관세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고부가·고신뢰 공급자’로 자리 잡아야 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중국의 대체재가 아니라 중국 이후 단계의 파트너가 돼야 함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일본 사례도 분석했다. 일부 일본 자동차기업들은 가격인하를 통해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흡수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 사례로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란 어렵다.

이에 따라 한국 산업전략의 핵심은 ‘대체 불가능성’이다. 보고서는 관세 충격이 특히 컸던 산업으로 자동차·부품, 중장비, 농기계, 석유·가스 장비 등을 지목했다.

이들 산업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과 상당부분 겹친다. 관세가 미국 제조업 비용을 끌어올릴수록 미국기업은 가장 싼 공급자가 아니라 공급 안정성과 품질, 기술 연계성이 검증된 파트너를 찾는다.

◆한국은 가격 싼 공급자 아닌 ‘산업파트너’ 돼야 = 하버드대와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 간접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드러난다. 고관세 시대는 기회도, 위기도 아닌 ‘선별의 시대’다. 또 미국의 관세는 단기적 정치수단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장기적인 정책도구다.

이에 저렴한 가격만 내세워 경쟁하는 국가는 밀려나고, 중국은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업체들이 고관세 흡수전략을 펼쳤지만 모든 국가가 따라갈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결국 한국이 살아남을 길은 ‘관세가 존재해도 대체할 수 없는 산업파트너로 자리 잡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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