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제 데이터 공개 왜 주목받나

2026-01-09 13:00:31 게재

의료영상·판례·행정처분 데이터 망라

인공지능(AI)산업·행정혁신으로 연결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인공지능(AI)·고가치 공공데이터 톱100’ 가운데 의료·법제 분야 데이터는 민간 AI 산업과 행정 혁신이 가장 직접 맞닿아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이번 톱100에는 의료영상 데이터와 함께 판례, 행정처분, 법령·유권해석 정보 등이 포함됐다. 공공데이터 정책을 AI 활용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의료·법제 데이터 개방을 본격화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동안 의료와 법제 분야는 개인정보 보호와 법적 책임 문제로 공공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많았다. 데이터는 존재했지만 접근과 활용에는 높은 장벽이 있었고, 민간 활용 역시 제한적이었다. 이번 톱100은 이러한 한계를 전제로 하면서도 AI 학습과 분석에 실제 활용 가능한 고가치 데이터를 선별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의료영상 데이터, 진단 보조에서 시스템 보완으로 = 톱100에 포함된 의료 데이터 가운데 핵심은 의료영상이다. X-ray, CT, MRI 등 진단 과정에서 생성되는 의료영상은 대표적인 비정형 데이터로, AI 학습에 활용될 경우 영상 판독 보조, 질병 조기 발견, 의료진 의사결정 지원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의료 인력 부족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의료 AI는 의료 시스템 전반의 부담을 완화하는 보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공 의료기관에 축적된 의료영상 데이터는 민간 기업이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자원이라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 공공이 데이터의 신뢰성과 기준을 제공하고 민간이 이를 활용해 기술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면 의료 AI 산업의 기반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의료 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와 직결되는 만큼 익명화·비식별화 기준과 활용 범위에 대한 관리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세영 국장 이세영 행정안전부 인공지능정부실장 직무대리(인공지능정부정책국장)가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2026년도 행정안전부 산하기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업무보고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

◆법제 데이터, 리걸테크와 행정 자동화 기반 = 법제 분야 데이터 역시 톱100에서 주목받는 영역이다. 판례와 행정처분, 법령·유권해석 정보는 ‘리걸테크’(법률 정보 검색·분석 등 법률 업무를 지원하는 기술) 서비스의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반복적인 법률 검토와 행정 판단을 AI가 보조할 수 있게 되면 행정 효율성과 국민 접근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기존에는 법제 데이터가 기관별로 흩어져 있거나 검색과 분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였다. 이를 AI 학습에 적합한 형태로 정비하면 민간에서는 법률 정보 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하고 공공에서는 내부 행정 지원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 기대감이 높다. 다만 법제 데이터는 해석의 영역이 존재하는 만큼 AI가 판단을 대체하기보다는 참고·보조 수단으로 활용되는 방향이 적절하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재조정 = 의료·법제 데이터 개방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을 재조정하는 계기로도 평가된다. 공공은 데이터의 신뢰성과 기준을 마련하고 민간은 이를 바탕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구조다. 이번 톱100은 공공데이터 정책이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산업 정책과 직접 연결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의료정보 분야 한 전문가는 “의료·법제 데이터는 AI 산업에서 활용도가 가장 높은 영역이지만 동시에 가장 조심스러운 분야”라며 “공공이 기준과 책임을 명확히 제시한다면 민간 활용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데이터 톱100 공개는 정부가 공공데이터 정책을 AI 활용 중심으로 재정렬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공공데이터 톱100은 정책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데이터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운영과 관리에 달려 있다. 다만 이번 톱100을 계기로 공공데이터가 AI 민주정부와 민간 혁신을 동시에 떠받치는 기반 자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세영 행안부 인공지능정부정책국장은 “공공데이터 톱100은 개방 그 자체가 아니라 실제 활용을 목표로 한 정책 전환”이라며 “재난·의료·법제 분야에서 성과를 축적해 AI 민주정부 구현의 기반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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