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주권 운동’의 새로운 부활을 생각하며
‘국민주권정부’라는 거창한 화두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이재명정부가 생각하고 구상한 정책과 예산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새로운 해를 맞았다. 이제부터 ‘전 정권 때문에’라는 말은 대중들에게 안 통할 것이다. 그 단어가 자꾸 나오면 ‘유능한 정부’라는 약발도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론상, 논리상, 헌법상 대한민국은 언제나 ‘국민주권’ 정부였다. 역설적으로 대통령 간선제로 출발한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직선제라는 방식으로 맨 처음 독재를 연장한 것은 이승만이었다. 그리고 국회에서 하던 헌법 개정을 처음으로 국민투표에 부친 대통령은 박정희였다. 형식적으로 봤을 때 국민주권을 더 가깝게 하는 제도로 독재를 실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생각해 볼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어떻게 이들 독재자들은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직선제라는 도구를 통해 독재를 더 강화할 수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대통령 직선제와 헌법개정 국민투표는 민주주의의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재명정부와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국민주권정부’는 달라야 한다.
진짜 국민 힘 보여준 ‘총선연대 낙선운동’
대한민국에서 진짜 국민 권력, 국민의 힘을 제도적으로 보여준 첫 사례는 ‘총선연대 낙선운동’이었다. 정당이 공천해서는 안될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그래도 공천을 하면 ‘국민주권’의 힘으로 낙선시켰다. 불행히도 이 운동은 사법부에 의해 ‘불법’이란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화염병이나 횃불, 촛불을 들지 않고 제도권 안에서 국민주권을 현실적으로 실현한 것은 ‘총선연대 낙선운동’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시작해야 할 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유능한 지방정부연대’라고 답할 것이다.
‘1억원이 없으면 공천을 못 받는다’는 자조가 넘치는 정치 현실에서 돈 공천, 줄 공천을 없애려면 공천의 기본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국민주권시대를 열 수 있는 가장 실천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사회가 나서서 ‘유능한 지방정부 검증연대’를 만들고 정당들은 적어도 첫 공천 심사 과정에 ‘시민배심원 제도’ 정도는 도입해야 한다. 과거 후보 공천과 관련해 국민의 호응을 얻었던 새로운 시도는 ‘적어도 저런 사람은 안되게 하자’는 방식이었다.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모든 정당이 유권자 앞에 겸손한 자세로 기본적인 자격 검증과정, 즉 필터링 과정을 시민사회에 넘겨주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천 헌금을 내지 않고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결정된 후보라도 ‘돈 주고 공천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들 역시 구경도 못한 공천 헌금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기 쉽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모든 정당은 객관적인 프로세스를 준비해야 한다. 아니 이런 프로세스를 시민사회가 나서서 지역 단위로 만들어야 한다.
‘유능한 지방정부 검증연대’ 만들어야
그렇지 않으면 “1억원 주고 기자회견하겠다고 협박하면 다음날 단수공천된다”는 지금의 소문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개인만 피해를 입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정당은 물론,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과연 어느 정당이 더 빨리 용기를 낼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