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물가 2.1% 상승 전망…장바구니 물가 이미 ‘경고등’
연초부터 서민반찬 김·고등어 등 줄줄이 가격인상
고환율 여파에 수입산 가공식품 가격 덩달아 ‘들썩’
정부, 생활물가 안정 총력전 … 격주 물가차관회의
정부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1%로 전망했다. 재경부의 이전 전망(2.0%)보다 0.1%p 오른 수준이다.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지갑은 더 얇아지고 있다. 특히 서민생활과 직결된 장바구니 물가는 3~5% 이상 오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서민들의 대표적 반찬거리인 김과 오징어채, 고등어 등은 두자릿수 상승폭을 찍었다.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목표다. 올해부터는 부처별 차관급 물가안정책임관을 지정하기로 했다. 업무평가에 소관품목 물가지표를 반영한는 등 생활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고환율에 수입 물가 상승세 = 1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물가안정목표(2.0%) 안팎인 2.1%로 전망했다.
정부는 주요 산유국 공급 확대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수요 압력 약화 등으로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4년 전 배럴당 80달러에서 지난해 69달러, 올해 62달러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이상기후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최근 원화 가치 하락도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서면서 수입 물가 상승과 국내 물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집계됐다. 작년 9월(2.1%)부터 4개월 연속 2%대를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달 석유류 가격이 6.1%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국제유가는 내렸지만 환율 상승에 따라 국내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오른 것이다.
경유 가격은 2023년 1월(15.5%) 이후 약 3년 만에 10.8%로 큰 폭 올랐다. 휘발유는 작년 2월(7.2%) 이후 최대 상승폭인 5.7%를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1년 전보다 4.1% 상승하면서 환율 영향권에 들어섰다.
◆연초부터 심상찮은 생활물가 = 하지만 시장상황은 정부 기대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연초부터 서민들의 단골 반찬으로 식탁에 오르는 고등어와 오징어채 등의 물가가 큰 폭 상승 중이다. 올해도 고환율 여파로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김(14.9%), 마늘(11.7%), 조기(10.5%), 고등어(10.3%) 등 서민 밥상에 주로 오르는 품목 가격이 두 자릿수의 연간 상승률을 보였다. 김은 해외 수출이 증가해 수요가 늘어 값이 올랐다. 조기와 고등어 등 수입 비중이 높은 수산물은 고환율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돼지고기(6.3%), 수입 쇠고기(4.7%) 등 고기류도 값이 올랐다. 서민 식단의 대표적 단백질 공급원으로 꼽히는 달걀은 4.2% 올랐다.
지난해 가공식품 중에선 오징어채 값이 1년 새 36.5% 상승했다. 국내에서 파는 오징어채 상당수가 페루산 오징어를 원료로 쓰는데 페루의 오징어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어 초콜릿(17.0%), 양념소스(14.8%), 김치(11.5%), 커피(11.4%) 등이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운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보리쌀(38.2%)과 찹쌀(31.5%)이었다. 현미 가격도 전년 대비 18.8% 오르는 등 곡물 가격이 전체적으로 급상승했다. 국내 곡물류 재배면적이 감소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과일 중에는 귤 값이 전년 대비 18.2% 올라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귤은 작황 부진과 품질 향상을 통한 고급화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올랐다.
외식물가도 많이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식당에서 파는 삼겹살 200g의 평균 가격(2만508원)은 전년보다 2.6% 올라 2만원이 넘었다. 김밥 한 줄의 가격도 평균 3615원으로 전년 대비 5.6% 뛰었다. 비빔밥과 짜장면은 각각 1만1462원, 7542원으로 전년 대비 5.0%, 4.0% 올랐다. 냉면 한 그릇도 4.2% 올라 1만2000원을 넘었다.
◆부처별 물가안정책임관 지정 = 정부는 범부처가 협업해 먹거리 등 생활물가 안정과 생계비 경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물가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부처별 차관급 물가안정책임관을 지정하고, 업무평가에 소관품목 물가지표를 반영한다. 농식품부는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해수부는 수산물, 행안부는 지방 공공요금, 교육부는 초중고 학원비 등을 관리한다.
또 격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통해 물가 상황을 밀착 점검, 감시한다. 특히 생활물가는 집중 관리에 들어간다. 단기 대응으로는 수급 관리와 할인 지원, 할당관세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한다.
정부는 이미 지난 1월부터 식품 원료 22종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물가와 수입가격등을 모니터링해 긴급 할당관세 적용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 유통구조 개선, 경쟁촉진, 생산성 제도 등 근본적 대책을 병행한다.
이 밖에도 식비, 에너지, 교통, 통신, 돌봄 등 전 분야 생계비 경감책도 내놓는다. 식비 분야에서는 천원의아침밥 확대, 직장인 점심값 지원, 취약계층 대상 정부양곡 할인지원 등을 추진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찾아가는 에너지복지서비스를 확대하고, 교통 분야에서는 모두의카드 사업을 도입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