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헌금’ 불똥 튄 서울시의회
김 경 시의원 1억 공천헌금 의혹
지방의회 중앙정치 관계 재논란
서울시의회가 소속 의원 공천헌금 의혹으로 때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최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공천헌금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경 전 민주당 서울시의원에 대한 제명 논의에 나선다. 김 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 의원실 남 모 당시 사무국장을 통해 1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뇌물·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담겼고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 시의원의 서울시의회 사무실도 포함됐다.
김 시의원은 지난해 10월 불법 당원 모집 의혹으로 한차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김민석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영등포 지역에서 당비 대납을 통해 당원을 모집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지방의회 긍정 역할·여론 지지 확대 시급 = 김 시의원 사건 만큼은 아니지만 서울시의회는 그간 크고 작은 이슈로 뉴스 초점이 되곤 했다. 2023년 성비위 의혹으로 당시 민주당 대표 의원을 지내던 정진술 시의원이 제명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111명 시의원 가운데 74명이 국민의힘으로 구성돼 있다. 김 시의원이 제명되면 정 시의원에 이어 두번째가 된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회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며 김 시의원 제명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학원 교습 시간을 밤 12시까지 연장하는 조례를 발의해 논란이 됐다.
시의회는 “타 시·도교육청과의 교육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라고 교습 시간 연장 조례 필요성을 제기했다가 결국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안건 상정을 보류했다”며 조례 추진을 중단했다. 하지만 학생인권 조례 폐지와 함께 교육청, 시민사회단체 등과 잇따라 충돌을 빚었다.
상위법 보다 앞서 시대 변화를 반영한 조례로 각광을 받은 사례도 있다. 가사·돌봄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조례가 그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경력보유 시민의 가사·돌봄노동 인정 및 권익증진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가사와 돌봄을 경력으로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취업·재취업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조례안 뼈대다. 조례는 가사·돌봄 노동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해당 노동으로 인해 공식 직업 경력이 없는 시민 가운데 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경력보유시민’으로 규정했다. 서울시장이 이들에 대해 경력인정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해 취·창업 시 보탬이 되도록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의회가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긍정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정부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대전·충남행정통합 등 해묵은 지방행정 구조를 뒤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역시와 광역지자체가 합쳐지면 지방의원도 통합해서 선출하게 된다. 통합 지자체를 견제·감시할 통합의회의 권한과 책임이 더 막중해지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공천을 고리로 중앙 정치에 종속된 지방의회 위상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수 사이버한국외대 아테나교양학부 교수는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방의회에 있지만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에 종속돼 있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공천과정은 물론 당선된 뒤에도 국회의원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유능하고 자율적인 인물보다 국회의원에 충성하는 사람이 당선되기 쉽고 이로 인해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지방의원 공천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혁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