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통합돌봄, 방문 구강관리로 완성된다
대한민국은 현재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 어려움이 ‘초고령 사회 진입’일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노인인구의 급증은 단순히 인구 통계학적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복지와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2024년 3월에 제정된 ‘의료 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 장애 질병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국민이 살던 곳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법률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다.
과거의 돌봄이 가족의 희생에 의존하거나 치료가 끝난 후에도 갈 곳이 없어 병원에 머무는 ‘사회적 입원’ 형태였다면, 이제는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거주하던 곳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는, 의료와 복지를 결합한 ‘커뮤니티 케어’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인간 존엄성을 유지하며 삶을 마무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시대적 요구다.
동법 15조에서는 돌봄통합지원 대상자들에게 8가지 항목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보건의료 서비스 중 ‘방문 구강관리’항목이 있는데, 이 항목은 치과계의 많은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제도 안착 위해 ‘의료수가 현실화’ 시급
돌봄통합지원 대상자들은 스스로 양치질을 하기 힘들거나 보호자들에 의한 구강관리 노력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구강 상태는 스스로 양치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비해 질병 상태가 중증화되는 경향이 높다. 특히 고령층에서 빈번한 ‘흡인성 폐렴’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양치관리 및 치과 병의원에서의 전문가적인 구강관리가 안되어 치주질환이 심해진 구강상태에서 증가하는 세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구강관리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돌봄통합지원법이 규정한 보건의료 서비스 중 ‘방문 구강관리’는 지역사회 지속 거주 가능성을 위한 핵심요소다. 거동이 불편해 치과를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진료는 의료격차 해소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방문 구강관리는 누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는가? 전문적인 진단과 처치는 치과의사가 수행해야 하며, 지속적인 위생관리와 교육은 치과위생사가 전담하는 팀 체제가 가장 효과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월 1~2회의 정기적인 방문 관리가 이루어질 때 치주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고 폐렴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수가의 현실화’다. 현재의 방문진료 수가는 의료진의 이동 시간, 장비 운반의 번거로움, 진료의 난이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법의 시행에 따른 예산 배정도 충분히 고려가 되어야 하나 2026년 이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현실적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수준이라 실망스럽다.
낮은 수가는 의료인의 참여를 저해하고 결국 서비스의 질 저하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진다. 방문 진료를 특수진료 영역으로 인정하고, 난이도와 소요 시간에 따른 가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의 수요자뿐 아니라 공급자에 대한 보상이 제공되어야 보다 효과적인 전달체계 구축이 가능했던 여러 사업들이 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 원칙’과의 배치 여부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1인 1개소 원칙은 의료의 영리화를 막기 위한 장치이지 거동 불편 환자를 위한 방문 진료를 제한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방문구강관리는 기존 의료기관의 확장된 서비스 개념으로 보아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법적·행정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
초고령 사회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하려면
방문진료 수가의 현실화와 방문구강관리의 체계화는 지역사회 및 요양시설에 있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입으로 먹는 즐거움을 잃은 노년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돌봄통합지원법이 단순한 복지 선언적 입법을 넘어 실효성 있는 제도로 지역사회의 노쇠한 인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구강노쇠가 전신노쇠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초고령 사회라는 시대적인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방문 구강관리의 공적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인간다운 노후’의 시작이다.
김동현 단국대 죽전치과병원 교수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