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이혜훈 발탁, 통합의 계기 될까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핵심 부처 장관에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 출신이자 현역 지구당 당협위원장을 발탁한 것이 워낙 파격적이었다. 여기에 이 후보자의 국회의원시절 보좌진 갑질 논란과 부동산 투기, 175억원대 재산형성 의혹이 더해지면서 파장이 더욱 증폭되는 형국이다.
제기된 의혹 대부분이 만만치 않은 폭발력을 갖는 사안들이어서 이 후보자가 과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과 국민정서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장담하기 쉽지 않다. 지명 발표 직후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가며 당적을 제명 처리한 국힘의 혹독한 공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당내 일각의 강한 거부감에도 큰 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을 지원한다는 분위기다. 당사자인 이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재정전문가 간담회까지 열어가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결국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얼마나 진솔한 자세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는지가 관건이어서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상대 진영 인사 발탁 자체는 긍정적
이 후보자가 혹독한 검증과정을 통과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로 이 대통령이 윤석열 탄핵과 내란청산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상이한 입장을 넘어서 상대진영의 인사를 주요 부처 장관으로 발탁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국민의힘 측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정치공학적 의도를 가지고 자당 흔들기에 나섰다고 분개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그려온 큰 그림에서 보면 이 후보 발탁이 꼭 지방선거용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 전 대통령의 황당한 비상계엄령 발동 및 헌법재판소의 국회 탄핵소추 인용 결과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이석형 전 법제처장 등 합리적 보수인사 상당수를 영입해 선대위에서 주요 역할을 부여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국민의힘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을 보훈부 장관에 발탁하고, 전 정부의 송미령 농림부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유임시키는 등 진영을 넘어서는 인사 스타일을 보여왔다. 이번에 이 후보자 발탁과 함께 이뤄진 김성식 전 의원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임명도 같은 흐름이다.
이 대통령에 대해 늘 날선 비판으로 일관해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이번 발탁 인사에 대해 “자신감의 발로”라며 국민의힘의 강한 분노 표출과는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거국 내각은 정권 말기에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인데 이 대통령이 정권 초기부터 펼치는 파격적인 확장전략은 위기감에서 나온 게 아니라며 한 얘기다.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몰아세울 게 아니라 보수 진영이 함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며 희망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국민의힘을 겨냥하기도 했다.
물론 군사작전 하듯이 전격적으로 상대 진영의 사람을 빼오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배경을 설명하고, 당사자도 당 지도부에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양대 진영이 적대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런 절차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상대 당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가 거셀 게 뻔해 파격적 인재영입이 성사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승자독식 정치구도 바꾸는 계기 되기를
승자독식의 정치 구도와 문화 속에서 정부여당이 잘해 나가면 야당에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문재인정부 시절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을 비아냥대며 ‘문재앙’이라는 용어를 쓰곤 했다. 그러나 정작 야당에 정치적으로 가장 재앙적인 상황은 문 대통령의 성공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선이고 총선이고 지방선거든 간에 야당은 궤멸상태를 면치 못한다. 이런 구도를 그대로 두고 여야 간 진정한 협치나 국익 앞에서 하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와 그 후 이 대통령의 선택이 어떻게 되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정치구도를 바꿔 나가기 위한 진지한 고민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계성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