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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발탁, 통합의 계기 될까

2026-01-12 13:00:16 게재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둘러싼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핵심 부처 장관에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 출신이자 현역 지구당 당협위원장을 발탁한 것이 워낙 파격적이었다. 여기에 이 후보자의 국회의원시절 보좌진 갑질 논란과 부동산 투기, 175억원대 재산형성 의혹이 더해지면서 파장이 더욱 증폭되는 형국이다.

제기된 의혹 대부분이 만만치 않은 폭발력을 갖는 사안들이어서 이 후보자가 과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과 국민정서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장담하기 쉽지 않다. 지명 발표 직후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가며 당적을 제명 처리한 국힘의 혹독한 공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당내 일각의 강한 거부감에도 큰 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을 지원한다는 분위기다. 당사자인 이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재정전문가 간담회까지 열어가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결국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얼마나 진솔한 자세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는지가 관건이어서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상대 진영 인사 발탁 자체는 긍정적

이 후보자가 혹독한 검증과정을 통과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로 이 대통령이 윤석열 탄핵과 내란청산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상이한 입장을 넘어서 상대진영의 인사를 주요 부처 장관으로 발탁한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국민의힘 측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정치공학적 의도를 가지고 자당 흔들기에 나섰다고 분개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그려온 큰 그림에서 보면 이 후보 발탁이 꼭 지방선거용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 전 대통령의 황당한 비상계엄령 발동 및 헌법재판소의 국회 탄핵소추 인용 결과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이석형 전 법제처장 등 합리적 보수인사 상당수를 영입해 선대위에서 주요 역할을 부여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국민의힘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을 보훈부 장관에 발탁하고, 전 정부의 송미령 농림부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유임시키는 등 진영을 넘어서는 인사 스타일을 보여왔다. 이번에 이 후보자 발탁과 함께 이뤄진 김성식 전 의원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임명도 같은 흐름이다.

이 대통령에 대해 늘 날선 비판으로 일관해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이번 발탁 인사에 대해 “자신감의 발로”라며 국민의힘의 강한 분노 표출과는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거국 내각은 정권 말기에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인데 이 대통령이 정권 초기부터 펼치는 파격적인 확장전략은 위기감에서 나온 게 아니라며 한 얘기다.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몰아세울 게 아니라 보수 진영이 함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며 희망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국민의힘을 겨냥하기도 했다.

물론 군사작전 하듯이 전격적으로 상대 진영의 사람을 빼오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배경을 설명하고, 당사자도 당 지도부에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양대 진영이 적대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런 절차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상대 당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가 거셀 게 뻔해 파격적 인재영입이 성사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승자독식 정치구도 바꾸는 계기 되기를

승자독식의 정치 구도와 문화 속에서 정부여당이 잘해 나가면 야당에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 문재인정부 시절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을 비아냥대며 ‘문재앙’이라는 용어를 쓰곤 했다. 그러나 정작 야당에 정치적으로 가장 재앙적인 상황은 문 대통령의 성공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선이고 총선이고 지방선거든 간에 야당은 궤멸상태를 면치 못한다. 이런 구도를 그대로 두고 여야 간 진정한 협치나 국익 앞에서 하나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와 그 후 이 대통령의 선택이 어떻게 되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정치구도를 바꿔 나가기 위한 진지한 고민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계성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