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적극 재정이 필요한 이유

2026-01-12 13:00:16 게재

환율이 치솟자 그 이유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뚜렷한 하나의 원인으로 모아지기보다는 여러 요인의 복합적 작용 쪽으로 논의가 나가는 듯하다. 물론 환율이라는 것은 자본수지와 경상수지와 관련된 여러 객관적 요인들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행위자들의 (상호)주관적 해석까지 겹쳐서 작용하므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어느 하나의 원인으로 등락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유독 이를 현 정부의 재정정책 탓으로 돌리는 해석이 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이후 소비쿠폰의 발행을 시작으로 지출의 확장으로 기조를 돌린 탓에 돈이 많이 풀려 원화가치가 폭락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부부채가 ‘절대 악’이라는 생각의 함정

여기에 담긴 균형재정 집착이라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고는 집안살림과 마찬가지로 나라살림에서의 방만한 지출로 인한 부채의 증가 또한 절대 악이라는 생각에 입각해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무수히 많은 논란의 지점을 안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꼭 지적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부채 즉 금융자산의 마이너스 상태는 그 자체로 악이 아니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실물적 부의 증감상태까지 같이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집안 살림에서도 대출을 일으켜서 금융자산이 마이너스 상태로 가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한 상황은 얼마든지 있다. 가족의 좋은 삶이라는 목표에 비추어 유형무형의 실물적 부를 늘리는 것이 꼭 필요한 상황이거나,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거나 부모의 직장이 결정되는 등 여러가지 이유에서 꼭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택담보대출을 일으키는 것을 ‘방만한 지출의 자살 행위’라고 말하는 이는 없다.

관건이 되는 것은 그러한 주택 구입이나 대학 진학 혹은 유학이라는 실물자산 증가가 과연 집안살림을 풍요하게 만드는 데에 꼭 필요한지 혹은 불필요한 사치가 아닌지일 뿐이다.

지금이 근본적인 산업전환과 세계경제 재편의 시기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공지능의 도래와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산업과 경제의 전면적 재편이 지상과제가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버텨낼 수 있도록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정비하고 혁신하는 것 또한 필수적인 일이다. 이러한 과제를 장기적 시각에서 마련된 각종 인프라 조성과 강력한 산업정책이 없이 그저 시장에서 기업의 자발적 투자로만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부채가 일정하게 증가한다고 해도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실물적 부의 창출에 꼭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나아가야만 한다.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고속도로만이 아니다. 이밖에도 국가가 나서서 도맡아 창출해야 할 유무형의 실물 자산은 무수히 많다. 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회피해서는 안되며 이에 필요한 적극적인 재정 편성을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 지출 방향과 내용이 효율적인지 감시 필요

정말로 날카로운 감시와 비판이 필요한 지점은 정부 지출의 방향과 내용이 과연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실물적 부를 창출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는가이지 정부부채의 증가 그 자체가 아니다. 사실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트럼프정부에 약속한 거액의 대미 투자나 여러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공장 건설 등 원화의 환가치 안정성을 낙관하기 힘든 요인들이 존재한다. 중국의 부상과 세계 무역구조의 변화로 인해 수출의 지속적 증가도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결국 원화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회복해 지구적 가치사슬에서의 전략적 위치를 점하고 외국 자본의 유입을 도모하는 과제를 피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구조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것이 요구하는 적극 재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