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한국군 4군체제 전환, 문제는 없나
정부가 한국군을 육군 해군 공군 중심의 3군 체제에서 해병대 포함 4군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대통령과 같은 정치가들이 정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 보인다.
프로이센의 저명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에는 원리 또는 문법은 있지만 논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쟁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논리)가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반면 정치적 목표를 겨냥해 어떻게 싸울 것인가(원리와 문법)하는 문제는 군사적 차원에서 결정된다는 의미다. 한국군이 3군체제 또는 4군체제를 유지해야 할 것인지는 바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의 문제다.
그러면 4군체제로의 한국군 전환 무엇이 문제일까. 군사작전 원칙에 위배된 지휘통일(Unity of Command)이다. 지휘통일은 공중 지상 해상에서의 작전을 각각 단일의 공중 지상 해상 지휘관이 지휘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수천년의 전쟁사를 통해 인류가 도출한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군사작전 원칙에 위배되는 ‘지휘통일’
지구상에 50여 국가가 해병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것이 육·해·공군과 별도 체제를 유지하는 경우는 미군과 우크라이나군뿐이다.
미 해병대가 육·해·공군과 별도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육·해·공군과 무관하게 지구상 도처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특히 2차세계대전 당시 미 해병대가 태평양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미 해군이 함정을, 미 육군이 항공기를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했다는 인식이 해병대 별도체제의 근거가 됐다.(미 공군은 미 육군 항공을 기반으로 1947년 설립됐다)
이 같은 사실로 인해 미국은 해병대가 육·해·공군과는 별도 체제를 유지하게 했고, 상당한 규모의 항공력과 해상 전력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 같은 미 해병대도 한반도와 같은 곳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 육·해·공군과 무관한 별도 작전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상적인 한반도 작전체제 측면에서 보면 해병대가 해상에 있을 당시 해군의 지휘를 받는다면 지상에 있을 당시 육군과 단일 체계를 유지하게 된다. 물론 이 같은 단일 체계의 지상군을 육군이 지휘할 수도 있지만 해병대가 지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군은 미군과 달리 지구적 차원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대가 아니다. 아마 대부분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이 같은 해병대가 평시 별도체제를 유지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문재인정부 당시 국방부는 해병대가 별도의 항공력을 유지하게 했는데 이것도 지휘통일 원칙과 배치되는 듯 보인다. 미 해병대의 경우 상당한 규모의 독자적인 항공부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는 해병대 항공력 또한 공군구성군이 지휘 통제하게 된다. 주로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될 해병대가 평시 별도의 항공부대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950년 11월 27일부터 12월 13일까지 진행된 장진호 전투는 지휘통일 원칙 준수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낭림산맥 서쪽 지역에서의 지상작전을 미 8군사령관 육군중장 워커가 동쪽 지역의 지상작전을 10군단장 미 해병소장 알몬드가 분할 지휘하게 한 결과 이들 지상 작전지역의 경계선인 개마고원 인근의 장진호를 통해 중공군이 대거 진입했다. 이들이 미 해병대를 포위 공격하면서 무적의 미 해병 10군단에게 미 해병대 역사상 최악의 수모를 안겼다. 우리 국방당국도 장진호의 교훈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4군 체제 전환, 개혁 아닌 개악 가능성
지난 70여 년 동안의 한국군 국방개혁 역사를 보면 개혁이 아니고 개악인 경우가 빈번했다. 윤석열정부의 전략사령부와 드론작전사령부 창설은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한반도 전쟁에 입각한 군사적 논리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아니고 자군 중심 논리 내지는 정치적 논리에 입각해 만들어졌다.
올바른 국방개혁은 한국군을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로, 철저한 군사적 논리에 입각한 군대로 변환시키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해병대를 포함한 4군 체제로의 변환 또한 개혁이 아니고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