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7년간 성과 퇴출위기
금융위원회 STO 장외거래소 인가 수순
서비스 운영한 스타트업 제외 움직임
루센트블록 “기득권 약탈에 폐업 몰려”
규제샌드박스에서 7년간 이룩한 성과가 퇴출위기에 내몰렸다.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작 성과를 낸 스타트업을 제외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계는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업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은 12일 서울 ‘마루360’에서 토큰증권(STO)장외거래소 인가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혁신을 증명한 청년 스타트업이 기득권의 약탈 앞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허 대표는 2018년 루센트블록을 창업했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규제샌드박스에서 핀테크사업을 시작했다. 루센트블록이 내놓은 ‘STO서비스’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STO는 블록체인기술을 토대로 실물과 금융자산권리를 작은 단위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루센트블록은 7년간 이용자 50만명과 누적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발행해 유통하는데 성공했다. 불확실한 규제환경과 금융위 기준 속에서 STO의 시장성을 검증해낸 것이다.
문제는 STO 유통을 맡게 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발생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한국거래소·코스콤컨소시엄(KDX)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컨소시엄(NXT)을 STO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대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14일 정례회의를 열고 STO장외거래소 인허가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허 대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간 축적된 성과와 선도성을 보호하기는커녕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며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가 생존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스타트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고영하 전 엔젤투자협회 회장은 “금융위가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의 규제샌드박스는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신기술 기반의 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목적이 있다. 혁신적인 핀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서는 규제샌드박스에서 혁신을 시도한 사업자 성과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장치도 뒀다. 제23조 ‘배타적 운영권’이 그것이다.
금융위원회도 9월 4일 STO장외거래소 신규인가에 대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운영돼 온 시범서비스를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STO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대상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성과를 낸 선구자를 제외한 것이다.
고 회장은 “혁신금융서비스의 안착을 돕는 게 아니라 아무런 기여도 한적이 없는 금융기관에 주려 한다”며 “이는 규제샌드박스 입법 취지를 정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혁신을 실험한 자는 배제되고 결과만 가져간 자가 보상받는 나라에서 누가 창업을 하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신인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2일 페이스북에 “루센트블록은 국내 최초로 규제샌드박스에서 부동산 조각투자플랫폼을 검증했던 기업”이라고 소개하며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시장을 견인해온 스타트업이 제도화 과정에서 배제된다면 혁신정책 신뢰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제도화 결실을 대규모 자본이나 기관이 독식한다면 규제샌드박스는 이들을 위한 시장검증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며 “혁신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 대표는 기술탈취 의혹도 제기했다. 허 대표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인가신청 이전에 투자·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명분으로 루센트블록의 재무정보와 주주명부, 사업계획 등 민감한 내부정보를 제공 받았다.
비밀유지각서도 체결했다. 넥스트레이드는 투자나 컨소시엄 협의 없이 불과 2~3주 만에 STO장외거래소 신규인가에 직접 참여했다.
허 대표는 “특혜를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관점에서 재점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