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 뒤 재심 맞불…‘정치적 결단’ 흔들리나
민주당 윤리심판원 제명 징계 의결에
김병기 재심 청구 … 의원총회 변수로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김병기 의원에 대해 제명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김 의원은 “의혹이 사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반발했다. 이번주 안으로 일단락을 기대했던 민주당은 “정치적 결정은 내려졌다”면서도 논란이 지속되는 것에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12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9시간 넘게 열린 윤리심판원 회의에서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를 의결했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징계 시효 완성 여부와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의 안건에 대해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13일 새벽 페이스북에 “즉시 재심을 청구하겠다”며 “의혹이 사실이 될 수는 없다”고 썼다. 또 “한 달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웠나.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김 의원의 재심 청구 입장에 따라 민주당의 최종 징계처분은 연기될 전망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리심판원의 제명 결정으로 정치적인 결정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에게 보장된 절차적인 부분을 보장하고 기다릴 수 있다”고 밝혔다. 징계 처분 확정에 필요한 최고위 의결과 의원총회 절차를 재심청구에 대한 윤리심판원 판단까지 연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의원 탈당 권유와 대표 비상징계 카드까지 검토했던 지도부 구상과는 거리가 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재심 신청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라며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다음 주 정도면 의원총회 절차까지 가지 않겠나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최종 징계의결이 1주 정도 미뤄지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더 이상 지체하기에는 당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윤리심판원이 60일 이내에 재심 의결이 가능하지만 최대한 앞당겨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지도부가 정치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김 의원의 개인적 결단에만 의존한 것이 정치적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원 의원 등은 김 의원의 자진 탈당과 함께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으로 논란을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 의원의 재심 신청이 이뤄지면 정청래 대표가 비상 징계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의원총회에서 윤리심판원의 제명 의결과 다른 판단이 나올 경우 김 의원 관련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은 국회의원인 당원에 대해서는 의원총회에서 제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당규 13조 3). 민주당 관계자는 “비공개 투표에서 의원 과반수가 제명 의결에 동의할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원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징계 의결을 미룬 선택이 정치적 변수를 키웠다는 비판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한편,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김 의원과 관련해 △2022년 강선우 의원(민주당 제명 조치) 1억원 지방선거 공천헌금 묵인 △2020년 총선 지역 구의원 3000만원 공천 헌금 수수 △대한항공으로부터 호텔 숙박권 수수 △쿠팡 측과의 고가 식사 △차남 숭실대 편입 관여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과 이와 관련한 수사 방해 등 13가지 사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상당수 의혹은 징계 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윤리심판원 규정은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내 사안에 대해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징계 시효가 완성된 사실도 징계 양정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면서 “징계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여러 징계 사유만으로도 제명 처분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쿠팡 관련 사안 등이 제명 결정의 근거가 됐고 공천 헌금 묵인 의혹과 관련한 사안도 포함됐다고 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