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행정통합’ 국가균형성장 시험대 된다
‘5극 3특’ 실행 국면 진입
행정구조 재편 요구 급증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나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권한과 재정, 정책 결정권을 어떤 단위에서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 중앙집중 구조를 지역 단위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에 가깝다. 이에 내일신문은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통해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이 실행 단계에서 마주한 제도적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편집자주>
정부가 제시한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이 선언을 넘어 실행 단계에 들어서면서 광역단위 행정통합 논의가 국가 균형성장 전략의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 수도권 1극 구조를 벗어나 권역별 메가시티를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방향은 분명해졌지만, 이를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집행할 행정·재정 단위는 여전히 기존 시·도 체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간극 속에서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 광역단위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권역 전략과 행정체계의 충돌 = 행정통합은 더 이상 지역 차원의 선택지나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권역별 성장 전략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국가 균형성장 전략의 실행력을 가늠하는 제도적 시험대로 인식되고 있다. 권역 구상이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어떤 집행 구조가 필요한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김경수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은 전략 확정 과정에서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벗어나 5극 3특 권역별 메가시티로 대한민국의 성장지도를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과 지방, 부처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 권역 단위로 정책을 묶지 않으면 균형성장 전략은 반복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정부는 5극 3특 전략을 통해 산업·생활·행정 정책을 권역 단위로 연계·조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중부권은 행정수도축, 남부권은 해양·물류, 충청·호남·동남권은 거점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엔진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예산 편성과 사업 집행은 여전히 중앙부처와 개별 시·도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권역 차원의 산업 전략을 세워도 교통, 입지, 인재 양성, 연구개발 투자가 분절적으로 움직이며 조정 비용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행정통합의 본질은 지역 정체성 문제가 아니라 권한 배분 구조의 문제”라며 “중앙–광역–기초로 이어지는 수직적 행정 체계를 그대로 둔 채 권역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실행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역 전략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정책 의지보다 집행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권역 내부 협력보다 경쟁이 먼저 나타난다. 김경수 위원장은 광주·전남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 AI 인프라를 놓고 같은 권역 안에서 광주와 전남이 경쟁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권역으로 묶이면 정부 입장에서는 하나의 전략으로 지원할 수 있지만, 분절된 구조에서는 조정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행정통합, 권역 전략 집행체계 전환 = 이 때문에 행정통합 논의는 지역의 이해득실을 넘어 중앙정부의 정책 집행 방식과 맞닿아 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 행정통합은 지역의 몸집을 키우는 문제가 아니라, 권역 전략을 집행할 수 있는 단위를 만드는 선택지에 가깝다. 박연병 행정안전부 자치혁신실장 직무대리는 “권역 단위로 산업·교통·정주 정책을 설계해도 실제 집행이 시·도별로 갈라지면 효과가 떨어진다”며 “통합이나 그에 준하는 집행 구조가 있어야 중앙 정책을 패키지로 내려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이 곧바로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경수 위원장은 “행정통합이 가장 빠른 길일 수 있지만, 시·도 간 통합은 늘 디테일에서 멈췄다”며 “통합청사 위치, 도시계획권, 광역과 기초 간 권한 배분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통합을 집행 단위로 활용하려면 기존 권한 구조를 단순히 합치는 것이 아니라 재정과 계획권을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행 단계에 오른 균형성장 전략 = 광역연합이나 단계적 기능 통합이 함께 거론되는 것도 통합 자체보다 ‘집행 가능한 구조’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윤진호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은 “권역 전략이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중앙과 협상할 수 있는 단일 창구가 필요하다”며 “통합이든 연합이든 핵심은 권한과 재정이 함께 오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은 선언 단계에서 사회적 합의를 얻었다. 이제 관건은 실행이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는 지역의 선택지를 넘어 국가 전략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 논의의 성패에 따라 균형성장은 또 하나의 구호로 남을지, 국가 운영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지가 갈릴 수 있다는 평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