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한일 양국의 에너지협력 왜 중요한가
다카이치 수상은 2025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했을 때 일본이 처한 에너지 환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해 국부를 유출한다든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에 머리를 숙이는 외교를 이제 끝장내고 싶다.” 이어서 15% 가량의 에너지 자급률을 100%로 만들겠다며 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복귀 촉진, 국내 제조업의 보호 등을 위해 전기를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당시 다카이치 후보는 목표 달성을 위해 크게 세 가지 정책을 제시했다. 첫째, 동일본대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된 기존 원자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둘째, 소형모듈 원자로(SMR)나 핵융합 등과 같은 차세대 원자로를 건설한다. 셋째,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매장 가능성이 있는 희토류 등 국내 자원을 개발한다. 말하자면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정세에 좌우되지 않는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에 관한 기본방향은 국가안전보장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e, 2022년)에 담겨 있다. 이 전략보고서는 약 10년 단위로 작성되고 각료회의 의결을 거쳐 공표되는데, 에너지와 관련해 동맹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연계하는 등 국제협력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에너지 자원을 대부분 수입하고 있고 원자력과 화력 발전의 비중이 높은 구조 등에 비추어 볼 때 일본의 사정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국제사회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분쟁이나 군사력 개입 등의 이면에 에너지 이슈가 있음을 고려할 때 한일 양국의 에너지협력은 너무나 현실적인 흐름이다.
정부 민간 지자체 간 에너지협력 활발
먼저, 정부 차원에서는 한일 에너지 협력대화가 2024년 9월 국내서 개최되어 수소・암모니아・해상풍력 등의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민간 분야에서도 2025년 10월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가 간담회를 개최한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즉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앞두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암모니아의 공급망 강화와 효율적인 추진을 합의했다.
또한, 한일 양국의 에너지협력은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활발하다. 한・규슈 및 한・호쿠리쿠 경제회의가 해마다 지자체를 상호 방문하며 개최되고 있는데, 여기서 에너지・탈탄소 등에 관한 주제로 양국 지자체와 관련기업의 정책과 사례가 소개된다.
특히 양국은 최근 들어 분산형 에너지 생태계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집중형 시스템으로 인한 취약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확대할 수 있다. 지역의 입지와 특성을 살린 다양한 에너지 공급원을 최적화 하고 공급자와 수요자의 쌍방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업 유치를 통해 지방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일 양국은 중앙정부를 비롯해 민간과 지자체 차원에서도 에너지협력을 위한 활동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한일 양국의 에너지협력이 중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확보할 수 있다. ‘수소암모니아공동체’와 같은 에너지협력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양국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기 위한 물질적인 토대로서 공동번영의 기반을 다진다.
둘째, 시장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고 그 이익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에너지는 기간산업과 맞물려 있어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고 더구나 적절한 통제를 통해 수입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셋째, 에너지협력은 인적 물적 교류확대를 유발함으로써 양국간 국경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유럽의 셍겐조약과 같이 양국 국민의 출입국과 통관 등의 절차를 간소화 해 왕래를 더욱 활성화 할 수 있다.
유럽이 에너지 협력 통해 통합 이룬 것처럼
오늘날 유럽연합(EU)이 각 분야에서 통합을 이루게 된 출발점도 석탄철강공동체(ECSC, 1952년 발효) 설립이었다.
한일 양국의 에너지협력은 에너지 공급망에 그치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에 청정에너지에 관한 기술과 설비를 이전하고 그로 인해 감축된 탄소배출권을 배분할 수 있다. 또한 북한과 일본이 외교관계를 맺을 경우 그에 따른 대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양국 기업이 에너지 분야에서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