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친척회사에 일감 몰아준 이호진 태광 총수 고발 방침

2026-01-15 13:00:04 게재

계열사 티시스 통해 조카·처제 회사에 1600억원대 부당지원 혐의

공정위, 작년 12월 태광에 심사보고서 … 200억대 과징금 의견

자녀회사에 일감 몰아준 혐의도 주목 … “법 위반여부 확인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의 조카·처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파악, 제재에 착수했다. 부당지원 규모는 약 1600억원대다.

공정위는 태광과 계열사에 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에 담았다. 부당지원을 한 회사와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의견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을 태광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태광측은 “정상적인 거래”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자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또 다른 혐의를 놓고도 제재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지난해 10월 참여연대는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 자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소비자원 등 산하기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법인과 태광 총수 검찰고발 의견 = 15일 공정위와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태광이 계열사를 통해 이 전 회장의 친척이 소유한 회사를 부당 지원한 행위(공정거래법 45조 위반)에 대해 최대 260억원대 과징금 부과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태광 측에 발송했다. 심사보고서는 지난해 12월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는 이 전 회장과 계열사 티시스에 대한 고발의견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지원을 받은 처제·조카 회사에도 각각 10억원대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최종 제재 수위는 조만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전원회의는 공정거래법(경쟁법) 위반사건의 1심 역할을 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티시스는 2015년 태광그룹의 부동산 관리용역을 위임받아 시설관리 용역업무를 ‘안주’와 ‘프로케어’에 맡겼다. 안주는 이 전 회장의 처제인 신리나씨가 60%를 소유하고 있다. 프로케어는 조카인 허지안과 허민경씨가 각 50%씩 소유한 회사다.

두 회사는 용역 계약 당시 회사 설립 1~2개월째로 실적이 없었다. 티시스는 입찰 과정에서 회사소개서, 실적증명서 등 자료도 따로 제출받지 않았다. 티시스는 안주와 프로케어를 돕기 위해 시설관리업무 외주를 담당하는 팀을 따로 신설해 지원하기도 했다.

안주는 2015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매출액 847억6000만원 중 92.2%, 프로케어는 2015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매출액 784억3000만 중 89.6%가 태광그룹 관련 매출액으로 조사됐다. 부당지원 기간 두 회사의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각각 9.55%, 14.06%로 동일업종 평균치인 0.01~2.17% 보다 높았다.

◆총수친척에 수십억대 배당금 = 안주와 프로케어는 티시스의 지원행위를 통해 얻은 영업이익 중 40억5000만원과 78억7000만원을 대표인 이 전 회장의 처제와 조카 등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프로케어는 2022년 티시스와의 계약이 종료되자 매출액이 급감했고, 현재는 영업을 중단했다.

공정위는 티시스가 해당 지원행위로 오히려 손실은 입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고려해 총수 일가에 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회장이 김기유 티시스 대표에게 문자로 “용역은 처제 주세요”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돼 검찰고발의 단서가 됐다. 총수에게 법위반 고의성·중대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가 된 셈이다.

이 전 회장이 부당지원 의혹에 휘말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 공정위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골프장 건설에 태광계열사를 동원한 것과 관련해 태광 및 계열사에 총 46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9년에도 태광그룹이 티시스 등 계열사가 생산한 김치와 와인을 다른 계열사에 강매한 행위(부당지원)에 대해 과징금 약 22억원을 부과하고, 이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검찰은 이 회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가 태광그룹이 이 전 회장의 자녀에게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대기업 사익편취 제재 첫 사례 = 이번 사건은 이재명정부의 대기업 부당지원 제재 수위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재제절차에 착수한 것은 새정부 출범 이후 첫 사례여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공정한 시장경제’를 핵심 공약의 한 축으로 내세워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부당거래 감시와 제재 의지가 강하다.

주 위원장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집단을 이용한 내부거래, 사익 편취, 자사주 지배력 확대에 대해 엄정히 제재해야 한다. 제재 강도는 (부당)행위로 얻는 이익을 능가하도록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태광 측은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거래는 정상적인 거래”라며 “공정위 심사보고서의 혐의 내용은 최종 사실로 인정된 것 아니고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태광측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재가 진행되는 사건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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