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성패 ‘재정특례·권한이양’에 달려

2026-01-15 13:00:02 게재

통합 모델, 지위·권한 논의 불붙어

초광역 재편, 역할과 보상 맞물려야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 광역단위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통합 논의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이 놓여 있다.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권역별 메가시티를 통해 수도권 1극 구조를 넘겠다는 국가 전략은 제시됐지만 이를 실제로 집행할 행정·재정 단위는 여전히 분절돼 있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나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권한과 재정, 정책 결정권을 어떤 단위에서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 중앙집중 구조를 지역 단위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에 가깝다. 이에 내일신문은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통해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이 실행 단계에서 마주한 제도적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쟁점은 ‘통합 여부’에서 ‘통합의 대가’로 이동하고 있다.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등 광역단위 통합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통합 지방정부에 어떤 특례와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가 행정통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단순한 재정 인센티브나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기존 지방행정 체계를 넘어서는 구조적 권한 이양이 뒤따르지 않으면 통합의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민주당 대전시당, 행정통합 알리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관계자들이 14일 대전 서구 일대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효과를 시민에게 알리는 피켓 홍보를 하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특별자치도 아닌 ‘특별자치시’ 구상 = 현재 논의되는 행정통합 모델은 기존 특별자치도와 결이 다르다. 제주·강원·전북 특별자치도가 개별 사무 중심의 특례를 단계적으로 이양받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통합 논의의 핵심은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권한과 기능을 통합 지방정부에 부여하는 ‘특별자치시’ 모델이다. 기존 광역도와 광역시가 보유한 권한과 기능까지 포괄해 하나의 권역 단위로 묶는 구상이다. 대전충남특별시와 광주전남특별시가 정부 차원에서 통합 지방정부 이름으로 거론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통합 지방정부에 서울시 수준의 특례를 주되, 기존 광역시와 광역도가 갖는 지위를 모두 인정하는 방향으로 지위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지방정부에 서울특별시 수준의 지위를 부여해 초광역 단위 국가균형발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급 권한이 기준선 =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현재까지 부여된 누적 특례 사무는 약 25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상당수는 개별 행정사무 단위에 머물러 있다. 권역 단위 산업·도시·교통 전략을 일괄 조정할 수 있는 권한 구조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숫자는 늘었지만 권한의 ‘질’과 ‘묶음 이전’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특별자치도 특례는 사무의 나열에 가깝고, 통합이 요구하는 권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통합의 핵심은 200여개 사무를 더 받느냐가 아니라 정책 결정권, 재정 구조, 조직 권한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넘겨받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통합은 중앙집중을 완화하기보다 다른 형태로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별자치시 논의의 기준선이 서울시로 설정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도시·주택·교통 정책과 조직·재정 운용에서 다른 광역지방정부와 구별되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통합 지방정부 역시 이와 유사한 수준의 정책 결정·집행 권한을 확보해야 권역 전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1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특별법안에 담긴 257개 특례 조항이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며 당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 것도 권한이양 내용이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권 교수는 “이제는 재정 특례와 사무 이양의 크기가 행정통합 성패를 가르는 현실적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초광역 재편, 역할과 보상 맞물려야 = 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이 전략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도 관건이다. 하동현 전북대 교수는 정부 정책과의 정합성을 강조했다. 하 교수는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추진 과정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국정 방향에 적극적으로 동조함으로써, 초광역 재편 과정에서 지역의 위상 변화와 실질적인 이익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중앙정부 정책 방향을 정확히 읽고 이에 부합하는 역할과 기여, 그에 상응하는 정책·재정·산업적 보상을 함께 제시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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