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명 ‘2라운드’…장동혁, 최고위 ‘징계 의결’ 미뤄
“재심 기간까지 결정 안할 것” … 재심 청구 기간 10일
한 전 대표 전날 “재심 무슨 의미 있겠나” 회의적 반응
26일 의결 가능성 … 가처분 결과에 따라 사태 갈릴 듯
한동훈 제명 사태가 2라운드를 맞았다. 윤리위 징계 결정 다음날인 14일 국민의힘은 찬반으로 갈려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15일 장동혁 대표가 최고위의 징계 의결을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다만 장 대표가 조만간 징계 의결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징계 사태 추이는 한 전 대표가 제기할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장 대표는 15일 “최고위에서는 한 전 대표에 재심 기회를 부여하고, 제대로 된 소명 기회를 부여받아서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재심 기간까지 윤리위 결정에 대해 최고위 차원의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규에서는 재심 청구기간을 10일로 명시하고 있다.
장 대표는 “윤리위 결정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제대로 된 소명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고, 또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서 다툼이 있다고 말한다”며 “윤리위 결정이 사실관계에 부합한 제대로 된 결정이 나오려면 당사자가 직접 윤리위에 출석해 어떤 사실이 맞는 것이고, 어떤 사실이 다른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전 대표가 재심을 신청할지는 불투명하다. 한 전 대표는 전날 “윤리위에서 어제 냈던 핵심 내용을 두 번에 걸쳐서 계속 바꾸면서도 제명한 것은 이미 답을 정해놓은 상태 아니겠나. 그 윤리위에 재심을 신청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재심 청구기간 10일을 기다린다고 해도, 윤리위 징계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는 26일 최고위에서 징계를 의결할 것으로 점쳐지는 것이다. 이날 의결을 연기하면서 한 전 대표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몸짓을 취한 건 징계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향후 전개될 법적 공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장 대표가 징계를 의결하면 한 전 대표는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이 예상된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통상 오래 걸리지 않고 나온다.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놓는가에 따라 한 전 대표 제명 사태도 확전이냐, 수습이냐 방향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제명 징계를 무효화한다면, 한 전 대표는 정치적 부활을 하는 반면 장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당장 당내에서 “징계를 밀어붙인 장동혁체제의 책임” “장동혁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겠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다. 다만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지도체제를 바꾸는 건 더 손해라는 현실론이 맞설 수도 있다. 한 전 대표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친윤·영남권 등 ‘침묵하는 다수’도 장동혁체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한 전 대표는 정치입문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당에서 제명되면 6.3 지방선거·재보선에 국민의힘 공천으로 출마할 수 없다. 한 전 대표는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렇다고 친한계(한동훈)가 집단 탈당해 창당하는 방법도 여의치 않다. 친한계 의원들은 소수인데다, 대부분 비례대표라 의원직을 내놓고 탈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가 ‘나홀로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하는 방법도 있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아 도박에 가깝다는 관측이다.
한 전 대표가 변수가 많은 법적 대응 대신 일단 징계를 수용하고 장동혁체제 이후를 노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지만 법률가 출신인 한 전 대표는 법적 대응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 야권 인사는 “(한 전 대표는) 법률만 따질 게 아니라, 일단 징계를 수용하고 지방선거 이후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며 “만약 가처분 신청을 했다가 기각되면 한 전 대표는 징계를 당하는 것은 물론 당내 분란을 키웠다는 비판까지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