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가맹금 소송’ 업계 ‘초긴장’
업계 “제도적 문제 아냐” 해명 … 수익모델 전환 압박 커질 듯
대법 “명시적 합의 없으면 부당이득” … 유사 소송 영향 주목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유사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소송을 겪고 있는 10여개 프랜차이즈는 “피자헛 사례와 우리들은 다른 상황”이라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판결로 차액가맹금 자체가 잘못된 제도로 비칠까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15일 가맹점주 양 모씨 등 94명이 한국피자헛 가맹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215억원을 반환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받으려면 그에 관한 구체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피자헛과 가맹점주 사이에는 차액가맹금 부과에 관한 합의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식자재·부자재를 공급할 때 공급가와 실제 조달가의 차이로 얻는 이익을 말한다.
차액가맹금 관행은 2024년 7월부터 시행된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으로 정비된 바 있다. 가맹계약서에 구입강제 품목과 공급가격 산정 방식이 명시되면서 관련 갈등의 소지도 줄었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차액가맹금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이 아니다. 차액가맹금을 수취하려면 명시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 절차가 누락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개 가까운 업체 피소 = 현재 차액가맹금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의 피고업체들은 롯데프레시(운영사 롯데쇼핑) BHC(다이닝브랜즈그룹) 배스킨라빈스(비알코리아) 교촌치킨(교촌에프엔비) BBQ(제너시스비비큐) 투썸플레이스 굽네치킨(지앤푸드) 처갓집양념치킨(체리비홀딩스) 두찜(기영에프엔비) 지코바치킨(지코바) 맘스터치(맘스터치앤컴퍼니) 버거킹(비케이알) 포토이즘(서북) 땅땅치킨(프랜푸드) 원할머니보쌈족발(원앤원주식회사) 프랭크버거(프랭크에프앤비) 명륜진사갈비(명륜당) 등이다.
소송을 하고 있는 한 치킨 브랜드 관계자는 “피자헛 사례와 우리의 사례는 관련이 없다”며 “가맹계약서 내용을 바꾸거나 중요한 사안을 변경할 때는 점주들과 협의·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로열티를 받지 않고, 공정거래법을 모두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일부 점주들로부터 소송이 제기된 한 업체 관계자는 “차액가맹금을 인지했느냐 못했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우리는 사안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1심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법부가 현명하게 판단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피자헛의 경우 차액가맹금과 로열티를 모두 수취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로열티를 수취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관계로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관행에서 벗어나는 계기 돼야” = 한편 이번 대법 판결로 차액가맹금 자체가 잘못된 제도처럼 비칠까 우려하는 업계 목소리도 나온다.
소송 대상인 한 업체 관계자는 “로열티와 차액가맹금 모두를 받는 피자헛과 달리 우리는 차액가맹금만 받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차이가 있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나쁜 뉴스임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큰 기업들은 그나마 손해를 감내할 수 있는데 중소업체들은 폐업 위기를 맞을 정도로 안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차액가맹금은 프랜차이즈업체 수익성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법률상 문제는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이번 소송으로 차액가맹금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퍼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차액가맹금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법무법인 YK는 15일 “이제 프랜차이즈업계는 깜깜이 마진이라 불리는 차액가맹금 구조에서 벗어나 매출 이익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로열티 기반 모델’로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관례처럼 수취해 온 차액가맹금의 부당함을 확정한 것”이라며 “부당한 필수품목 지정과 과도한 유통 마진 수취라는 관행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광철·김은광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