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 말만 무성…수사보다 정치 공방
단식농성 속 통일교·공천헌금 의혹 특검 표류
통일교·공천헌금 의혹을 다룰 ‘쌍특검’이 여야의 정치 공방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특검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범위와 대상을 둘러싼 셈법이 앞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2차종합특검법 상정 및 필리버스터 개시와 동시에 단식에 들어갔다. 장 대표는 “2차 종합특검법의 무도함과 (통일교·공천헌금) 특검법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의 무도함이 국민들께 더 강력히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018년 5월 김성태 원내대표가 9박10일간 천막 단식농성을 벌인 후 여당과 ‘드루킹 특검’에 합의한 전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가 처음 불거진 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도부의 강경투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쌍특검 도입을 매개로 국민의힘과 공조하고 있는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2차 종합특검 반대 필리버스터에 나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는 특검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통일교·돈 공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은 말로는 ‘통일교 관련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돈 공천은 없어져야 한다’고 한다”면서 “본인들 잘못을 지적하는 특검은 어떻게든 피해가려고 시간 끌기,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또 “(여권은) 김병기·강선우 의원의 돈 공천에 대해서도 특검을 외면하고 있다”며 “역사가 이런 선택적 정의를 어떻게 판단할지 다시 한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의 이같은 행보에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정치적 쇼”라고 반박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5일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의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국민의힘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이라며 “통일교 특검 수사대상에서 신천지를 빼야 한다고 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전했다. 국민의힘·개혁신당과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3, 26일 통일교 의혹 관련 특검법안을 각각 제출했다. 야당은 여권 인사들의 통일교 유착 및 수사 은폐 의혹 중심에 초점을 맞췄고, 민주당은 통일교·신천지 등과 정치권의 유착 의혹을 밝히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내놨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통일교 특검의 핵심은 정교유착이고 신천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의혹 제기가 국민의힘 전 대표인 홍준표로부터 나왔다”며 “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 시절에 신천지 관련 조사를 지시한 상황도 있어서 당연히 통일교와 신천지는 같이 특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야당이 공천 뇌물·헌금 특검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선 “경찰이 빨리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 공천 헌금 관련 의혹까지 포함해서 하자고 제안하면 모르겠지만 지금 특검을 하자는 건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했다.
전용기 민주당 원내소통수석은 15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특검을 한다면 여야 할 것 없이 의혹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싹 수사하고 털고 나가야 된다는 측면에서는 공감한다”면서도 “통일교 특검처럼 수사대상이 민주당으로만 한정돼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야 모두 특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각자 불리한 의혹은 피하려는 태도를 보여 쌍특검 논의는 진상 규명보다는 정치적 공방의 연장선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