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집단소송 소급적용 추진
이 대통령·시민단체 지원
여당, 국조 이후 속도 낼 듯
더불어민주당이 집단소송제 적용 대상을 확대해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회 법사위원, 정무위원들 중심으로 제출된 집단소송제 범위 확대 법안은 여야가 특별히 반대할 부분이 없어 보인다”면서 “상임위 논의가 이뤄지는 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쿠팡은 3370만명 이상의 고객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자료 제출 거부, 증거 인멸 의혹, 불법행위 부정, 미국 의회 로비 의혹을 불러일으키면서 국민적 분노 대상으로 지목됐다. 쿠팡이 두 차례의 국회 청문회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여당이 제재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증권에만 적용하고 있는 집단소송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 8개가 올라와 있다.
쿠팡 청문회에도 참여한 국회 정무위 소속 오기형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자동차 제작사 배기가스 조작 사건, 라돈침대 사건 등 기업 이윤 추구 과정에서 고의·과실에 따른 불법행위의 경우 소송 비용이 피해자 개인에게 발생한 피해 규모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증권 분야를 포함한 소액·다수 불법행위 피해자들을 위한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국민 권익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1명 또는 여러 명이 대표 당사자가 돼 원상회복, 손해배상을 구하거나 대표 단체가 책임의 원인을 구하는 대표소송제 도입도 제안했다.
또 피해자의 위임이 없더라도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권익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에게 책임 확인 소송의 제기를 허용하도록 하고,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상대방 당사자에게 소송과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소송제 등이 도입되면 소급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오 의원은 “절차법은 새로운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단순히 책임을 묻는 과정을 단순하게 하거나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차규근 의원은 아예 법안에 ‘소급 적용’을 명시했다.
한편 19개 소비자 시민단체가 만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는 “만약 이번에도 정부와 국회가 집단소송법 도입을 주저한다면 쿠팡의 정관계 로비의 영향 때문이라는 시민들의 의구심을 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쿠팡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이익단체 등의 반대와 로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전 국민이 다 피해자인데. 일일이 다 소송 안 하면 안 주는 거 아니냐. 소송하려면 소송비가 더 들게 생겼는데”라며 집단소송 도입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본격적인 법사위 논의 시점은 이르면 2월 초 시작할 국정조사 이후가 될 전망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쿠팡이 미국 의회 및 행정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쿠팡은 미국 농축산물의 한국 수출을 확대·지원하는 핵심 유통 플랫폼이자 순수한 미국 기업’이라며 로비 활동을 전개한 정황도 드러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33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음에도 쿠팡은 책임 인정과 피해 배상은커녕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고 정부 조사에 협력하지 않으면서 일방적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대한민국의 법과 행정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미국에서는 이렇게 무모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배상을 지연하는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므로 대기업들이 책임 인정과 배상에 신속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고 했다. “미국 기업임을 자처하는 쿠팡은 한국에서 미국 대기업들의 일반적인 태도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