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거래시간 연장 추진에 증권가 반발 확산
현행 6시간30분에서 12시간으로 확대 방안
“글로벌 경쟁력 강화” vs “수수료 증가 불과”
업계와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발표도 문제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12시간 거래 추진에 증권가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거래소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수수료 등 수익 확대를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각 증권사 전산시스템 개발은 물론 인력 확보와 업무시간 배분 등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업계와 소통도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유동성 흡수 = 16일 한국거래소는 2027년 12월을 목표로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현행 6시간 30분인 주식 거래시간을 연내 1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선진 자본시장은 24시간 거래체계 구축 추진을 통해 시장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고, 국경 간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16시간 거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나스닥과 함께 24시간 거래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런던, 홍콩거래소에서도 24시간 거래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 리테일 투자자들의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거래소는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노무부담 문제에 대해서는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지점 주문을 금지하고, 본점과 HTS(MTS)를 통한 주문으로만 제한하여 노무 부담을 최소화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증권업계가 주장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참여와 관련해서는 정규시장 외에는 선택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여 증권사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며, IT 개발부담 최소화를 위한 다각적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증시 점심시간 휴장 = 글로벌 유동성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증시 거래시간 연장으로 글로벌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은 대폭 개선되면서 아시아지역 투자자들 또한 미국 주식을 편리하게 사고팔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영국의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은 작년 7월부터 거래시간 연장 검토에 착수했다.
다만 영국과 아시아지역에서는 아직 움직임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만큼 자유롭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나라는 드물다. 아시아와 유럽의 시간외거래는 ‘시작가와 종가를 공정하게 정하는 10~30분의 동시호가, 기관투자자들의 블록딜 정도의 시간’이다.
또한 일본 중국 홍콩의 경우엔 정규장 중간에 점심시간을 위한 휴장 시간도 있다. 지난 2000년 오전 12시~1시에 해당하는 점심시간 휴장을 폐지한 바 있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엔 점심시간 휴장을 다시 만들어달라 요구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거래시간 연장 방안이 나와 당황스럽다”며 “증권사 노동자들은 점심도 거른 채 근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금융노조 반대 공식화 = 하지만 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거래시간 연장 반대를 공식화했다. 다음 주에 ‘7시 개장 반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고, 거래소 노조는 1월 중 공청회 개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노조들도 잇따라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대신증권 노동조합 지부는 “증권 거래시간 연장은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라, 금융화의 제도적 심화이며 국민경제의 방향을 왜곡하는 구조적 선택”이라며 “한국거래소의 이윤 중심 운영은 중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은 선진화나 외국인 투자자 유치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노조 관계자는 “거래소가 거래시간을 늘려 수익을 얻고 싶은 것에 불과하다”며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금융기관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퇴근 후의 삶을 보장하라는 노동의 기본 가치도 무너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연장 추진은 단순한 운영 시간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근무 여건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거래시간 연장은 단순히 정보기술(IT) 인력을 늘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거래 체계가 길어질 경우 결제, 자금 관리, 출금 등 백오피스 전반에 걸쳐 추가 인력이 필요해진다. 이는 곧 근무시간 연장과 인력 확충, 초과근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노사 합의 없이는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또한 국민들 역시 실물경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주식투자에 몰두하는 비생산적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개인 주식투자자들 또한 거래 시간 연장을 반기지 않고 있다. 적어도 각계 전문가 및 투자자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최소 두 번 이상 실시한 뒤에 검토 단계에 들어가는 게 당연한데 의견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서둘러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는 점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장은 “230년 이상의 오랜 주식시장 역사를 가진 미국이 24시간 거래를 준비한다고 70년밖에 안 된 우리나라가 바로 따라 하는 것은 문제“라며 ”거래시간 연장이 먼저가 아니라 미국처럼 공정이 담보되는 시장 구축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