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지방선거 구도 흔드는 ‘김병기 사태’

2026-01-19 13:00:01 게재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태가 악화일로다. 중앙당 윤리심판원에서 김 의원에 대한 제명처분이 의결되었지만 김 의원은 즉각 재심을 청구했다. 당 내에서 김 의원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스스로 결정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긴박한 상황이라고 인식한다면 정청래 대표가 비상징계권을 발동할 수 있지만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을 둘러싼 경찰수사가 진행된 마당에 이렇게 되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 의원의 ‘황금폰’에 매우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 청와대나 민주당 의원들이 김 전 원내대표를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음로론’까지 횡행할 정도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는 소리다.

이런 이유로 경찰들의 ‘금고’찾기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의 금고를 찾았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었고 추적 중에 있는 차남의 금고에 귀중품과 중요문서가 있다는 진술까지 경찰은 확보했다고 한다.

6월 선거 구도싸움에 트리거 될 수도

이처럼 김 의원의 신상이 처리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지방선거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6일부터 8일까지 실시한 조사(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올해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의 구도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 결과 ‘여당후보가 많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3%, ‘야당후보가 많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33%로 나왔다.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면 좋겠다’는 국정안정론이 10%p 더 높았다. 결과값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더 유리해졌다고 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방선거 구도를 묻는 직전 한국갤럽의 자체 조사(2025년 12월 9~11일)에서 ‘여당후보가 많이 당선’ 의견은 42%였으므로 이번 조사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즉 민주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에서 지방선거 경쟁력이 3%p 빠지면서 더 벌어진 셈이다. 응답자 구성별로 보면 20대(만18세 이상)에서 야당후보 당선이 더 높았고 30대는 ‘여당후보 당선’ 28%, ‘야당후보 당선’이 44%로 나왔다.

직업별로 볼 때 유권자수가 많은 자영업층은 두 의견이 똑같았고 주부층에서는 야당후보 당선이 오차 범위 내에서 더 높았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성격이 강한 40대에서도 어느 쪽에 투표할지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무응답층 비율이 무려 25%나 된다. 이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방문 등 외교 성과로 지지율을 올려놓고 있지만 선거구도는 김병기 사태로 인해 희석되고 있는 양상이다.

선거공학의 기준에서 보면 선거에서 투표자의 표심을 결정하는 70~80%는 구도(Structure)다. 스포츠 시합으로 보면 일종의 기싸움이다. 즉 이번 선거판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선거결과가 결정되는 셈이다. 유권자들이 이번 6월 지방선거를 이재명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본다면 야당후보(보수성향의 후보)가 많이 당선되는 기회를 가질 것이고 선거를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에 대한 심판으로 판단한다면 여당후보(범여권 성향의 후보)가 많이 당선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대통령이 번 지지도 민주당이 까먹는 형국

새해 들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상승추세지만 집권 여당인 민주당 경쟁력은 커플링 현상(Coupling Effect, 두 가지 지표가 연동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상승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1월 13~15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는데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41%, 국민의힘은 24%다.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2%p 내려오기는 했지만 기술적인 등락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반면에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2%p 하락하는 국면에서 4%p나 내려왔다.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 사이의 제명 결정 갈등으로 여론의 된서리를 맞는 상황이 되었지만 오히려 민주당은 반사이익은커녕 지지율을 더 반납한 셈이다.

김 의원의 처지는 구공무죄(舊功無罪)다. 즉 옛 공로만으로 현재의 잘못을 면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자칫 잘못하면 선거구도까지 흔들리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