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시장 여전히 ‘먹구름’…2026년도 ‘고난의 행군’ 예고
지난해 전체 취업자는 늘었지만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층 ‘덕분’
2030 고용지표는 여전히 감소세 … 30대 쉬었음 인구는 역대최대
지난해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전체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외형적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60대 이상 고령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령대에서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특히 2030 청년층은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까지 포기한 ‘쉬었음’ 인구가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일자리도 6년 만에 최대 폭 줄었다. 주력 산업의 침체와 핵심 생산 연령층의 이탈이라는 심각한 구조적 결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일자리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지만, 미래 경제의 주축인 청년층과 30대는 역대급 고용 애로를 겪고 있다”면서 “정부는 올해도 청년층 고용시장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30대 실업자 43% 폭증 = 지난해 고용지표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구직 활동 자체를 중단한 ‘쉬었음’ 인구의 급증이다.
작년 30대 쉬었음 인구는 3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다. 20대(40만8000명)를 포함하면 청년세대 쉬었음 인구는 71만명을 넘었다. 70만명이 넘는 청년층이 노동시장 밖에서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기준 30대 실업자는 전년 대비 43.1%가 급증했다. 기초 일자리 부족에 △원하는 일자리와의 ‘미스매치’ △경력직 선호 현상이 겹친 탓이다.
산업별로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이 영향을 줬다.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는 12만5000명 급감하며 12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제조업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고금리와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신규 고용 능력을 갉아먹고 있어서다.
◆청년층 5.8%가 ‘쉬었음’ =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20대와 30대 청년층 가운데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구는 71만7000명이다. 청년층 인구의 5.8%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사회생활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30대 ‘쉬었음’ 인구가 30만9000명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15~29세 청년층 역시 42만8000명이 ‘쉬었음’ 상태에 머물렀다.
전체 고용률은 62.9%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지만 이는 고령층 취업자 증가와 인구 감소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로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0%로 전년 대비 1.1%포인트(p) 하락하며 3년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더 심각한 대목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2024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전체 공공부문 일자리는 소폭 반등했음에도 29세 이하 청년층 일자리는 2만9000개나 급감했다. 중앙정부와 공기업 일자리 또한 각각 5000개, 3000개씩 줄었다.
◆2026년 전망도 밝지 않다 = 해가 바뀌었지만 청년층 고용여건은 크게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기업들의 채용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채용 계획 인원은 전년 대비 6만4000명 감소했다. 2023년 상반기 이후 6개 반기 연속 하락세다.
기업들이 인력 충원보다는 ‘비용 절감’과 ‘AI 전환을 통한 효율화’를 선택하면서, 신규 진입자인 청년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청년층의 취업 역량 강화는 물론, 구직 단념 청년들을 위한 심리 상담과 일 경험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묶은 ‘청년 고용 회복 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올해 3월 전까지 ‘쉬었음’ 청년들을 겨냥한 맞춤형 보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향후 정부 대책이 과거처럼 땜질식 처방에 그쳐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고려대 노동대학원 이종선 교수는 “지금까지의 정부대처는 청년 인턴 확대나 지원금 살포 같은 임시 처방식 ‘땜질’에 그쳤다”며 “단순한 일 경험 지원만으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해소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명예교수는 유럽연합(EU) 등이 시행 중인 ‘청년보장제’ 도입을 제안했다.
청년이 학교를 마치고 사회로 자립하는 ‘이행’의 전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개념이다. 일자리를 알선하는 수준을 넘어, 구직 단념에 빠지지 않도록 △주거 독립 지원 △경제적 부채 해결 △심리 치유와 공동체 문화 경험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