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주권’ 속도내는 민주…1인1표제, 지방선거 시험대
당무위·여론조사 거쳐 2월 중앙위 표결
연임 포석 논란 속 권리당원 영향력 확대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 1인1표제를 위한 당헌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6월 지방선거 공천 판도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이 19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정청래 대표의 핵심 공약인 ‘1인 1표제’를 위한 당헌 개정안을 중앙위원회에 부의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이날 당무위에 이어 오는 22~24일 당원 의견수렴을 거쳐 2월 2~3일 중앙위원 표결을 거쳐 당헌개정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1인1표제 당헌개정안은 지난해 12월 5일 중앙위 표결에서 72.65%의 찬성률을 기록했지만 투표인원이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는 이후 개정안 처리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재추진 의사를 피력해 왔다.
지난해 8월 전대에서 ‘당원주권’을 강조하며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정 대표로선 리더십을 재확인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마침 지난 11일 끝난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정 대표의 1인1표제를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성윤·문정복 의원이 당선된 것도 당헌 개정 속도전의 명분이 됐다는 평가다. 정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1인1표제의 헌법 정신을 받들어 진정한 당원 주권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비당권파 의원들도 1인1표제 자체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1인1표제는 지난 8.2 전당대회의 화두였고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으며, 정 대표는 이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증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당원 주권주의 측면에서 1인1표제의 상징성이 큰 만큼 이번에는 당헌개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당헌 개정 절차에는 따르면서도 추진 시점과 방식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비당권파로 불리는 의원들은 정 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도전하기 앞서 유리한 룰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16일 최고위 만장일치 결정 이면에 이언주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18일 페이스북에 “1인1표제 찬성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현 지도부에서 결정하고, 그 결과를 곧바로 현 지도부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일부 당원들이 가질 수 있는 이해충돌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이 점을 고민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뻔히 논란이 있는 사안을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서 당내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면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속도전 이면에 정 대표의 연임 포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런 주장과 관련해 “공약을 지키려는 정 대표를 비난하거나 심지어 대표 연임 포기를 선언하라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마저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정 대표로부터 ‘연임’의 ‘이응’자마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조금 더 가면 ‘해당 행위’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당권투쟁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고 맞받았다. 당헌 개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정 대표 행보를 ‘자기정치’로 비판했던 내부의 시선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는 이번 당헌개정으로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6월 지방선거 공천이 1차 시험대가 될 공산이 크다. 권리당원 권한 확대가 민심과 얼마나 조응할지, 조직 동원의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 앞서 지역위원장·대의원 등에게 부여된 권한을 권리당원에게 넘기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기초·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서 권리당원 100% 투표(광역비례) 또는 권리당원 50% + 상무위원 50%(기초비례)로 전환했다. 기초단체장 공천에서 후보자가 5인 이상일 경우에는 권리당원 100% 투표로 예비경선(컷오프)을 실시해 본경선 후보를 압축하는 방안을 적용한다. 본경선은 권리당원+국민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를 예정이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권리당원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국회의원·지역위원장의 입김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20만명에 달하는 권리당원의 표심은 특정인 의도보다 결국 여론에 조응해 움직인다”고 전망했다. 이른바 ‘집단지성’에 의한 긍정적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선거 직전 대규모로 권리당원을 모집해 사실상 입당시키는 사례가 수차례 반복돼 구체적인 선거구에서는 조직선거가 보편화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 입당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4만 6000여건 이상의 불법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권리당원 중심의 권한 확대가 조직·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의 진입 장벽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당원 다수의 결정이 곧 절대적 정당성이라는 인식은 조직 동원과 팬덤 정치의 유혹을 키우기 마련”이라며 “당원의 권한이 확대되는 만큼 숙의와 책임 등 정치적 책임과 공공성을 확대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