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특별시 ‘권한·재정’ 쟁점으로 떠올라

2026-01-19 13:00:23 게재

정부 인센티브에 전국 논의 재점화

행정통합, 설계 경쟁으로 국면 전환

정부가 행정통합 지방정부에 대한 대규모 재정·제도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광역단위 행정통합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찬반과 절차 논쟁에 머물던 통합 논의가 통합 이후 어떤 권한과 재정 구조를 갖는 지방정부를 만들 것인지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정부안은 행정통합을 개별 지역의 선택 문제로 두기보다 국가 차원의 성장 전략과 분권 개편의 한 축으로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이전 논의와 결을 달리한다. 통합 지방정부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과 별도 지원체계 검토, 중앙정부 차원의 전담 지원 구상은 통합 자체를 하나의 제도적 전환으로 다루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16일 오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 범시도민 협의회 발대식이 열렸다. 사진은 통합 추진을 환영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 광주시 제공

◆대전·충남, 정부안 놓고 주도권 공방 = 가장 먼저 통합 논의를 시작한 대전·충남에서는 정부 인센티브를 둘러싼 긴장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정부안이 포괄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지원 규모와 방식, 세제·규제 특례를 법률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김 지사는 “전면적 세제 개편과 법제화 없이 4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통합시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정부·여당은 정부안이 통합의 큰 틀을 제시한 만큼 세부 쟁점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재정특례는 세제개편 차원에서 논의하면 되고 예비타당성 면제는 통합시만의 예비타당성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식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은 “국회에서 대전시와 충남도가 마련하고 국민의힘이 발의한 기존 특별법과 이번 정부여당의 특별법을 놓고 공청회 등을 거치며 얼마든지 협의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도권 공방이 일자 지역에서는 대전·충남 통합 논의가 찬반과 절차 논쟁을 넘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여야 간 주도권 경쟁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TK 합류·부울경 재점화 = 정부 발표 이후 가장 뚜렷한 변화를 보이는 곳은 대구·경북(TK)이다. 그동안 통합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던 TK는 최근 정부 인센티브를 계기로 논의 재가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북도는 정부 지원이 단순 사업비 보전이 아니라 지방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정이라면 통합의 실질적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도 조만간 공식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히며 논의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중앙정부 고위인사에게 직접 확인해보니 정부가 밝힌 연간 5조원 중 대부분은 지방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포괄보조금 형태로 지원된다고 한다”며 “우리가 요구해온 각종 특례만 좀 더 챙긴다면 이번에는 대구·경북의 판을 바꿀 실질적인 대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경남은 속도보다는 절차를 중시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전제로 한 통합 로드맵을 고수하면서 단기간 내 통합 단체장 선출보다는 충분한 숙의를 통한 단계적 접근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통합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광주·전남은 정부 인센티브에 대해 일제히 환영 입장을 보이며 공청회 등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통합 여부’에서 ‘통합 이후’로 = 전문가들은 이번 행정통합 논의의 가장 큰 변화로 중앙정부 역할의 변화를 꼽는다. 과거 통합 논의가 지방정부 간 합의에 맡겨졌다면 이번에는 중앙정부가 재정·제도 설계를 전제로 논의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통합 지방정부를 하나의 정책 단위로 인정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과 조정을 병행하겠다는 메시지가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이재명정부의 행정통합 인센티브 발표는 단순한 지역 달래기용 예산 패키지가 아니라 중앙집권 구조를 수정하는 분권 전략의 일관된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이 확인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정부 재정 인센티브의 지속 가능성, 기초지방정부와 주민자치로의 분권 확장, 주민 동의 절차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다. 자칫 광역 단위 통합만 강화되고 생활권 민주성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합 논의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은 의미가 있다. 행정통합이 더 이상 개별 지역의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과 권력 구조 재편의 시험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통합 논의의 성패는 이제 ‘절차를 지켰는가’가 아니라 ‘통합 이후 어떤 지방정부를 만들 것인가’에 달려 있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이번 국면을 넘기면 행정통합은 다시 절차 논쟁이나 지역 갈등의 문제로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은 통합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가진 지방정부를 만들 것인지 경쟁적으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신일·홍범택·윤여운·최세호·곽재우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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