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재건위’ 고 강을성, 사형 50년 만에 무죄
법원 “불법구금 등 증거 배제” … 유족에 사과
반세기만의 명예 회복 … 동부지검 항소 포기
박정희정권 시절 이른바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원회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됐던 고 강을성씨가 재심을 통해 5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강민호 부장판사)는 1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사형이 선고됐던 강씨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76년 강씨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지 반세기만의 명예회복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피의자 신문조서 등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작성된 위법한 증거”라며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단순히 북한 발간 논문을 읽었다는 사정만으로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동조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사법부의 과거 잘못을 사과했다. 강 부장판사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하나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고 너무 늦었다는 점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며 “오류를 범한 사법기관의 일원으로서 유족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방청석의 유족들은 눈물을 훔쳤고,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강씨는 1974년 북한 지령을 받아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혐의로 보안사령부에 체포돼 고문받은 뒤 사형을 선고받았다. 통혁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해 앞서 재심을 받은 박기래·진두현·박석주·김태열씨 등도 잇따라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 절차적 진실이 지켜지지 않아 무죄를 구형했다”며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한 사건에 항소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시간 기다린 유족에게 깊은 사과와 위로를 드린다”며 “인권옹호기관으로서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