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청문회 무산, 국민의힘 전략적 선택?
‘자료 제출 부실’ 이유 청문회 보이콧
이재명정부 ‘인사 실패’ 프레임 공략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의 소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자료 제출 부실’을 이유로 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며 맞서고 있다.
청문회가 공전될수록 부담이 커지는 쪽은 여권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연일 제기되는 상황에서, 청문회를 통해 직접 소명을 듣고 여론의 흐름을 확인한 뒤 임명 여부를 판단해야 하지만 그 기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은 ‘청문회 무산’ 카드를 고수하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청문회를 거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자료 제출 부실’이다. 국민의힘은 “후보자에게 면죄부만 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반대, 19일로 예정됐던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결국 불발됐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는 법정 기한인 21일까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해야 한다. 이날까지 청문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국회에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청문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임명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재송부 요청 기간 중 청문회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 국민의힘 관계자는 20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예전에도 기한을 넘겨서 청문회를 한 적이 있다”면서 “여야 합의만 되면 청문회는 언제든지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의 청문회 보이콧 배경에 또 다른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문회가 열릴 경우 의혹 소명에 대한 1차적 부담은 후보자에게 돌아가지만, 청문회가 무산되면 임명 강행 또는 지명 철회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통합’을 내세워 보수 성향 인사를 전격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청문회도 없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기도 곤혹스럽고, 그렇다고 여론이 악화된 상태에서 의혹 검증 없이 임명을 강행하기도 부담스러운 딜레마에 놓였다.
이와 관련해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제가 보는 야당의 속내는 야당이 청문회를 보이콧해서 안 해버리면 그 인사 판단에 대한 부담이 오로지 대통령에게 전가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만약 대통령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으로 또다시 최대 열흘간의 말미가 주어지더라도 청문회가 열릴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청문회 거부 기조를 유지하며 이재명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강화하는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