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정비사업 …‘핀셋’ 꺼내든 서울시
지역별·단지별로 맞춤형 규제완화 적용
“기준없이 예외만 쌓일 수 있어” 우려도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핀셋’을 꺼내 들었다.
오세훈 시장은 19일 관악구 신림7구역 재개발 구역을 찾았다. 신림7구역(관악구 신림동 675 일대)은 경사지에 위치한 노후도 89%의 저층 주거지다. 그간 사업성이 부족해 재개발을 하려해도 진도가 나가지 않던 곳이다. 앞서 오 시장은 영등포구 대림1구역도 방문했다. 서울시는 용도지역 조정과 함께 방재 기능을 정비계획에 결합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사업성 보완과 지역 안전을 동시에 풀겠다는 계산이다.
시는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맞춤형 공략, 이른바 핀셋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과 규제, 사업성 저하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던 사업지마다 처방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정비업계에선 이같은 서울시 전략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진도가 나지 않는 단지와 지역을 특정해 용도지역, 용적률, 공공기여 비율, 사업성 보정계수 등을 개별 적용하는 방식을 집중적으로 펼칠 것이란 얘기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일괄적 규제 완화가 아니라, 왜 멈췄는지를 따져 단지별로 다른 열쇠를 끼워 맞추겠다는 접근”이라고 풀이했다.
신림7구역은 이 같은 서울시 전략의 상징적 사례다. 노후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이 지역은 사업성 부족으로 오랜 기간 표류해 왔다. 서울시는 1종 일반주거지역을 2종으로 상향하고 용적률과 공공기여 비율을 조정하는 한편 사업성 보정계수를 최대치로 적용했다. 규제를 푸는 방식과 범위 모두 이 단지를 겨냥해 설계됐다.
대림1구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 구역은 침수 위험과 낮은 사업성이 겹쳐 사업 추진이 번번이 좌초됐던 곳이다. 시 관계자는 “규제 완화 자체보다 어떤 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방점이 찍힌 사례”라고 설명했다.
신속통합기획을 적용한 여러 재개발 후보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읽힌다. 층수 제한을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역세권과 비역세권을 구분해 밀도를 달리 설정하는 방식이다. 절차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계획의 내용 자체를 지역별로 다르게 짜고 있다.
◆공급 대책 관련된 갈등 지속 = 서울시의 핀셋 지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용도지역·용적률·공공기여 조정 같은 규제 맞춤형 완화,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과 공사비 부담 완화를 포함한 사업성 보완형 지원,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행정·심의 간소화다. 하지만 핀셋 지원이 확대될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업마다 다른 논리가 적용되면서 형평성과 예측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대책을 둘러싼 긴장과 충돌도 잦아지고 있다. 최근 오 시장과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서울시 주택 공급 정책을 놓고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인 장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 시장이 도심 정비를 통한 공급 확대를 강조하자 정 구청장은 무리한 고밀 개발과 생활환경 악화를 우려했다.
여기에 민주연구원이 최근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 주택 공급 인허가가 13%가량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논쟁이 확산됐다. 서울시는 “전세사기로 인해 빌라 등 비아파트 인허가 숫자가 급감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며 “정비사업 인허가와 구역 지정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 시장은 최근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도 각을 세웠다. 공공 유휴부지를 발굴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구상은 정비사업 활성화라는 주택공급 ‘핵심 수단’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단지별 규제 완화는 합리적 접근이지만 속도에 쫓기면 기준이 누적되지 않고 예외만 쌓일 수 있다”며 “사업성을 살리기 위한 보정이 반복되면 정비사업이 사실상 ’사후 조정형 정책‘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중앙정부와 서울시 충돌은 주택공급을 더디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며 “주택정책이 정쟁의 수단이 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