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진보-보수 프레임으로 놓칠 수 있는 것
토미 로빈슨은 잉글랜드 루턴시에서 루턴FC의 훌리건들과 함께 ‘잉글리시 디펜스 리그(English Defence League, EDL)’를 창설하고 반이슬람 활동을 하는 보수성향의 사회운동가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반이슬람 활동 때문이라기보다는 영국 주류언론과의 싸움의 덕이 더 컸다.
영국 주류언론은 그에게 극우 정치선동가라는 딱지를 붙여서 그의 주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려 했다. 그가 제기한 영국 내 이슬람 범죄 행위에 대한 경고를 다민족국가로서 영국의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본 것이다. 반면 토미 로빈슨은 영국의 주류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면서 모든 인종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도하는 시위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가짜뉴스(Fake News)’다.
주류언론은 토미 로빈슨이 고등학교 졸업도 못한 기술견습생 출신으로 폭력과 사기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며 대중으로부터 그를 분리 해체시키고 싶어 했다. 토미 로빈슨은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활용해 집요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직접 알리려 했다. 그 과정에서 2019년 BBC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존 스위니와 인터뷰 조작 사건 관련한 충돌도 있었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권위적이고 위선적 주류언론에 맞선 대안언론 메신저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그를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자유투사로 여기고 있다. 세력을 키운 토미 로빈슨은 2025년 9월 13일 11만명이 참가하는 ‘영국연합’ 집회를 주도했다. 이 집회에서는 그 직전 총격 피살된 미국의 우파 사회운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하며 글로벌 차원의 보수연대를 과시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 집회에서 화상연설을 했다. 현재 토미 로빈슨의 X 팔로워는 110만명이다.
어디든 살 수 있는 사람들의 기준
토미 로빈슨과 BBC의 충돌은 브렉시트로 나타난 영국 내의 사회적 갈등을 대표하는 또다른 사건이기도 하다. 영국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굿하트는 이러한 사회적 갈등 현상을 ‘극우 대 진보’나 ‘사실 대 거짓’의 싸움으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어디든 가서 살 수 있는 사람들(Anywheres)’이 사회규범 언어 도덕기준을 독점하면서 ‘자신의 장소에 뿌리내린 사람들(Somewheres)’의 불만은 비정상적이며 비도덕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의 해석은 대부분의 서구 국가에서 적용 가능할 뿐 아니라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어디든 가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독점한 언어와 도덕기준을 가지고 대중을 계몽시키려 한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캐나다 전 총리 트뤼도다. 2018년 유권자와의 타운홀미팅에서 여성 유권자가 ‘맨카인드(Mankind, 인류)’ 라는 단어를 쓰며 질문을 하자 트뤼도는 “‘Mankind’보다는 ‘피플카인드(Peoplekind)’라는 말을 쓰자”고 해 여성 유권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스스로 페미니스트이고 정치적 올바름의 대표 모델이라 어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는 경제 불평등 해소, 이민자 수용, 탄소세 부과 등 진보정책을 적극 추진했으나 경제 상황 악화로 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초 사임했다. 그는 국익보다 가치를 더 중시했으나 그 결과는 트럼프로부터 “51번째 미합중국 주지사가 되지 않겠냐”는 조롱을 받은 것이다.
토미 로빈슨은 루턴 시의 어느 빵집 앞에서 이슬람 이민자들이 탈레반에 합류해 싸울 사람들을 모집했다는 지역신문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아 EDL을 결성했다고 한다. 시작은 지역적이었고 극단적 이슬람 세력에 대한 경계심과 나름의 정의감 때문이었다. 그와 그의 진영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는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현안이 아니다. 그들에게서 기후변화는 과학기술 의제라기보다는 엘리트 지배층의 기만으로 또다른 계급문화 정체성의 의제가 되는 것이다.
진영 낙인보다 실행의 방향보고 판단해야
안타깝게도 유럽과 미국의 엘리트(어디 가든 살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길거리 사람들의 언어를 인정하지 않고 정서적 공감을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장사꾼 출신 트럼프에게 조롱당한 캐나다 전 총리와 같이 자유주의 글로벌리스트들은 각국에서 정치적 도전을 맞고 있다.
우리는 토미 로빈슨이나 트럼프를 극우주의자라고 단정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해야 한다. 그들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매너보다는 실행의 방향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면서도 얼음이 녹아내리는 그린란드를 차지하려는 트럼프의 실행에는 국익 우선의 집요함이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지점은 동일하나 그곳으로 갈 경로와 타고 갈 것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