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격차가 수도권 집중 더 키워

2026-01-21 13:00:01 게재

수도권-지방 생산성 격차

15년새 2.7→11.1%p로 확대

지난 15년간 수도권과 지방의 생산성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수도권 집중을 한층 심화시켰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21일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김선함 연구위원은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수도권 도시들의 생산성 평균은 전국의 101.4% 수준이었다. 비수도권 평균은 98.7%로, 수도권이 비교적 높았지만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후 2019년까지 전국 도시들의 생산성은 평균 16.1% 증가했다. 이 기간 수도권의 증가율(20.0%)은 비수도권(12.1%) 대비 약 8%포인트(p) 높았다. 이에 따라 수도권 생산성(121.7%)이 비수도권(110.6%)을 확연히 앞서게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생산성 격차가 인구집중에 영향 =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생산성 격차 확대가 수도권 인구 집중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2005년 47.4%에서 2019년 49.8%로 상승한 수도권 비중의 변화는 생산성이 주도했다는 판단이다.

생산성 격차가 자연·생활환경의 쾌적도, 인구 증가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구수용비용) 등 다른 도시 규모 결정 요인들을 압도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0년대 들어 거제, 구미, 군산 등 비수도권 전통 제조업 도시들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생산성이 하락한 것도 수도권 쏠림을 부추겼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2010년대 조선업 불황,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철강 산업 침체 등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이 수도권 집중현상을 가속화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수도권, 특히 경기도의 성장과 대조적”이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이들 지방산업도시의 생산성이 하락하지 않고 2010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2019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실제(49.8%)보다 2.6%p 낮은 47.2%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산됐다. 모든 수도권 도시와 여타 비수도권 도시에서 각각 100만명 내외의 인구가 유출돼 12개 제조업 도시에 약 200만명의 인구가 유입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0년대에 산업도시 생산성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수도권 비중은 2005년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이들 도시가 전국 평균 수준의 생산성 성장률(14%)을 보였다면 2019년 생산성이 가장 낮은 통영시, 양산시, 천안시를 제외한 모든 도시가 서울의 생산성을 능가했다. 이렇게 됐다면 수도권 인구 비중이 43.3%까지 하락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12개 도시로의 유입인구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한 500만명 수준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행정수도도 수도권 못따라가 = 김 연구위원은 혁신도시와 세종시를 사례로 도시특성의 변화를 분석하기도 했다. 혁신도시와 세종시가 건설되기 전인 2005년에는 사업 대상 도시들의 생산성(혁신도시 88.4%, 옛 충남 연기군 96.1%)은 비대상 도시들(100.5%)에 비해 평균적으로 낮았다.

도시가 건설되고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된 2019년, 혁신도시의 평균 생산성 증가율 (16.4%)은 비혁신도시(16.1%)와 유사한 수준으로, 비혁신도시들과의 격차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세종시는 비혁신도시에 비해 높은 증가율(24.5%)을 보이며 격차를 좁혔다.

하지만 유사한 기간 동안 개발된 판교테크노밸리가 소재한 성남시의 117.9% 증가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세종시가 공식 출범해 공공기관 이전이 시행된 2010~2019년의 생산성 증가율은 6.4%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성남시는 49.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지역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거점도시에 지원을 집중하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비수도권 내 격차 확대도 불가피하다고 봤다. 예를 들어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신도시를 조성하기보다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비수도권 대도시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가까운 대도시 등으로 이주하는 비용을 보조하는 방식도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세종시 등 신도시 건설은 생산성 증가가 제한적이었고, 인구 유입 촉진에도 한계를 보였다”면서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생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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