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역사와 만난다면

2026-01-21 23:59:46 게재

답은 언제나 서양 철학/황헌/시공사/1만9000원

답은 언제나 서양 철학 표지

답은 언제나 서양 철학 표지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그리스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죽음과 상실, 반목은 의문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옳은 일인가’. 혼돈은 질서를 찾았고, 현자의 출현은 필연적 운명이다. 소크라테스가 나타났다.

구텐베르크는 성경에 대한 성직자의 독점을 깼다. 권위가 꺾이고 특권이 무너졌다. 누구든 엄격히 차단됐던 절대자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권위는 매우 빠른 속도로 대중에게 분배됐다. 중세는 문을 닫았다.

그러자 맹목이 사라지고 의심이 가능해졌다.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전통과 관습에 대한 반동은 틀을 깨고 궤도 밖으로 뛰쳐나갈 용기를 줬다. 인식의 중심이 인간으로 옮겨 왔고, ‘공리’,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등으로 ‘인생’을 설명하게 됐다.

‘답은 언제나 서양 철학’은 역사의 흐름을 좇아 철학을 붙였다. 철학의 걸음걸음엔 역사가 묻어 있었다.

저자인 황헌 경기대 교수는 “역사를 품지 않은 철학은 없다”며 “철학을 품지 않은 역사도 없다”고 했다. 이 책이 역사와 철학을 씨줄과 날줄로 엮인 이유다.

그는 “유럽 역사는 철학사의 청정한 강물을 타고 흘러 내려왔다”며 “그 강물의 굽이굽이마다 시대정신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질문,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던졌다.

이 책은 그 답을 찾아가는 2500년 서양 철학여행 이야기다. 긴 여정의 중간중간마다 정거장을 들르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충실히 살아낸 철학자들의 삶이 펼쳐진다. 저자는 철학자의 생애에 집중했다. 철학자의 유년 시절, 부모와의 관계, 연인과의 만남, 사회에서의 경험 등 삶 자체가 곧 철학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철학 사상의 탄생에 기여한 굵직굵직한 사건들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철학자들의 인생이 그들이 살았던 시대나 사조와 만난 장면까지 챙겨놨다.

이 책의 장점은 난해한 철학을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는 선입견을 해소한다는 목표 아래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철학 교양서를 내기로 작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진 고대 철학부터 교부와 스콜라로 상징되는 중세 철학을 거쳐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이후 대두된 경험론과 합리론의 차이, 그리고 칸트와 헤겔로 이어진 근대 철학까지 두루 짚었다. 니체와 하이데거, 사르트르로 옮겨 온 현대 철학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하버마스 편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책을 통독하고 나면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과 앞으로의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묘한 힘을 던져 준다”며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은 건지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대학 시절부터 철학과 역사, 문학의 주요 고전을 탐독해 온 황 교수는 두 차례 유럽 장기 체류를 계기로 인문학의 지식을 채워 나갔다. 책과 현장으로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조우시켰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추천사를 통해 “우리는 삶의 진정한 해답을 모른 채 살아간다”며 “저자는 결국 삶의 주인은 자신인 만큼,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답을 서양사를 빛낸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고 추천했다. 배우 강석우 씨는 “철학은 세상의 속도를 통제하고 삶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브레이크다.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또한 최소한의 불빛”이라며 “이 책은 그 따뜻한 빛을 손에 쥐게 하는 선물 같은 초대장”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MBC에서 34년 동안 재직했다. 현재는 인문학 전도사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중이다. 경기대 특임교수로 인문학 아카데미를 개설해 3년 6개월째 철학, 역사, 문학 및 예술에 대한 다양한 강좌를 이어 가고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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