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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잡는 등록금 규제의 진실

2026-01-23 13:00:05 게재

마거리트 히긴스(1922~1969)는 미국의 여성 종군기자였다. 한국전쟁 발발 이틀 만에 한반도로 들어와 6개월간 전쟁터를 누비며 전황을 보도했다. 한국 해병대를 상징하는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전설은 히긴스가 “그들은 귀신도 잡을 수 있겠다(They might capture even the devil)”라고 쓴 기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앙투아네트 메이의 ‘전쟁의 목격자(Witness to War)’ 중에서). 그는 1951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은 캠퍼스에선 ‘대학 잡는 등록금 규제’라는 말로 조소(嘲笑) 되곤 한다. 정부가 등록금을 꽁꽁 묶어 대학이 질식할 것 같다는 고충을 희화화한 얘기다. 물론 과도한 비유일 수 있다. 어떤 정부가 대학 잡겠다고 일부러 ‘돈 씨’를 말리겠나. 그럼에도 등록금은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게 사실이다. 역대 정부와 여야는 학생 표에만 침을 흘렸다.

등록금 동결은 대학이 자초한 면이 있다. 등록금을 연간 10% 이상 올리고, 사용처가 불분명하고, 입학 전형료를 보너스로 나눠주던 호시절이 있었다. 해도 너무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대학들은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했다.

2009년부터는 교육부가 개입하더니, 2012년에는 아예 국가장학금을 선물로 내놨다. 국가장학금은 학생에게는 혜택이지만 대학은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어 자유롭게 쓸 자금이 적어지는 모순이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대학은 16년간 등록금을 올리지 못했다. 그간의 누적 물가 인상률은 139%,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148%로 치솟았다.

등록금 논란, 정치공학적 셈법이 근본원인

2026년, 정부의 등록금 규제는 임계점에 이르렀다. 강의실·화장실·실험실이 초·중·고만도 못한 대학이 수두룩하다. 교육 생태계를 바꾸고 인공지능 대전환(AX)을 이끌 에너지가 방전됐다. 비수도권 사립대는 학생수 감소와 재정난이 겹쳐 벼랑 끝이다.

전국 4년제 대학의 등록금은 연평균 710만원이다. 평균 3%를 올리면 연간 21만원, 학기당 10만5000원의 부담이 생긴다. 물론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런데 유명 영어유치원은 연간 2000만원, 견치원은 월 100만원, 기숙학원은 월 200만~300만원 한다니 입이 벌어진다. 학생과 학부모는 “우린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아니다”라며 등록금 인상에 민감하지만 비싼 학원비는 말없이 수용한다.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자 모순이다.

‘등록금 시즌’인 요즘, 대학가는 뜨겁다. 지난해는 전국 4년제 대학 193곳 가운데 70.5%(136곳)가 인상했는데 올해가 변곡점이다. 교육부가 운신의 폭을 더 조였지만 그럼에도 인상 도미노가 예상된다. ‘지원은 쥐꼬리, 간섭은 호랑이’라는 교육부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한 데다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어서다.

이제는 등록금 문제를 대학에 맡길 때가 됐다. 정부가 등록금을 규제하는 건 글로벌 흐름에 맞지 않는다.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고등교육 재정 확충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교육비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국내총생산(GDP)의 1%(24조원)로 확대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1%를 공약했지만 아직도 0.7%다. 대국민 사기극 아닌가.

둘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구조화다. 내국세의 20.79%인 교육교부금이 매년 유, 초중등교육에 배정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 교부금은 10년간 66%나 증가했다. 올해는 72조원, 2030년에는 85조원 규모다(기획예산처). 반면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중고생의 70%에 불과하다. 초·중·고 교육의 귀착지인 대학에 들어가려 그 많은 세금과 사교육비를 쏟아부었는데 정작 대학의 현실은 이렇다. 이런 모순을 언제까지 방관할 셈인가.

등록금 대학에 맡기고 투명 공개·책임 강화를

셋째, 국립대와 사립대 돈주머니를 달리해야 한다. 국립대가 고등교육재정의 절반을 가져가고 나머지를 놓고 배분하는 지금 구조는 이상하다. 예컨대 올해 고등교육재정 15조원 중 국립대 몫과 국가장학금, 서울대 10개 만들기 재정 등을 제외한 사립대 몫은 2조원 남짓이다. 국·사립대 재정을 분리하고 집행과 평가 방법을 이원화하는 게 옳다.

이런 전제조건을 세워 정부와 정치권은 ‘대학 잡는 등록금 규제’의 악순환을 도려내길 바란다. 당연히 대학의 책무는 필수다. 등록금 심의 과정과 용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울기만 해선 지성이 아니다.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언론인